지난해 노동조합 가입자 수는 293만3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가입률)은 무려 46.3%에 이른데 비해,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노조가 영세기업이나 취약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제1 노조 지위 '수성'
고용노동부가 24일 발표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난해 전체 조합원 수는 2020년 280만5000명보다 약 2만8000명가량 증가한 293만3000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치다.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설립 신고된 노동조합이 행정관청에 신고한 2021년 말 기준 현황자료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집계·분석한 결과다. 노동조합이 신고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조합원 수, 조직률 등 주요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전체 조합원 수는 증가했지만, 조직률은 14.2%로 전년도와 동일했다. 조합원 수 증가에도 조직률이 답보인 이유는 조직 대상인 근로자의 수도 증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조직 대상 근로자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른 전체 임금 근로자 수에서 노조 가입이 금지되는 공무원(정무·군인·경찰, 교정·수사 등) 및 교원(교장, 교감 등)을 제외한 숫자다.
한편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근소한 차로 제치면서 2021년 제1 노총 지위를 회복한 이후 2년 연속 제1 노총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노총이 123만7878명(2701개 노조)으로 민주노총 121만2539명(381개 노조)을 2만5000명 차이로 앞서 수성에 성공했다. 전국노총이 563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양대노총이나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도 47만6986(3992개 노조)에 달했다.
300인 이상 46.3% vs 30명 미만 0.2%
사업체 규모별로 조직현황을 들여다본 결과, 3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46.3%의 조직률을 보였다. 반대로 임금 근로자 수의 비중이 가장 높은 3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전체 1197만8000명의 근로자 중 조합원은 2만5170명에 그쳐, 조직률이 0.2%에 불과했다. 30인 이상 99명 이하 사업장도 1.6%. 100명에서 299명 사이의 중견급 기업도 10.4%의 조직률에 그쳤다. 사실상 노동조합의 보호는 300명 이상 사업장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다만 300명 이상 대기업 조직률도 2019년 54.8%에서 2020년 49.2%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46.3%로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노조 규모별로 들여다봐도 300명 이상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조합원 수가 260만명을 웃돌아 전체 노조 가입자의 88.8%를 차지했다.
부문별 노동조합 조직률은 민간부문 11.2%, 공기업,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70.0%를 기록했다.공공부문이 압도적으로 높은 조직률을 보인 가운데, 민간 부문의 조직률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점에 눈길을 끈다.
이번 조사로 노조의 보호가 지나치게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대규모·공공부문은 높은 조직률을 보이는 반면, 보호가 더 절실한 소규모 영세 기업의 조직률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라며 “노조가 영세기업의 취약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 만큼, 정부는 보호받지 못하는 미조직 근로자들의 보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할수록 정부의 노동 개혁이 명분을 얻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지난 12일 발표한 최종 권고문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지적하면서 "선택 받은 소수 근로자는 내부노동시장과 노조에 의해 두텁게 보호받지만, 배제된 다수는 불안한 고용 지위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들에 편중된 노동조합 조직률을 지적한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