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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찔끔인하, 李 지역화폐 부활…巨野에 휘둘린 尹정부 첫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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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법정시한(12월 2일)을 3주 넘겨 23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철학과 원칙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와 여당의 무기력으로 윤석열 정부가 짠 첫 예산안부터 꼬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는 존중하나 아쉽다”며 “수적 우위를 지닌 야당 힘에 밀려 민생예산이 퇴색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세율 내렸지만 법인세 정상화 무산
정부의 예산·세제 원칙이 뒤틀린 대표적 사례는 법인세다. 정부는 당초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낼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겠다고 했다. 지난 정부 때 22%에서 25%로 높아진 최고세율을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 이유였다.

하지만 야당 반대로 결국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쳤다. 그나마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22% △3000억원 초과 25%인 법인세율을 과표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추기로 한 게 정부·여당이 얻어낸 성과지만 법인세 감면 효과는 정부안(5년간 4조2000억원, 순액법 기준)보다 9000억원 줄었다.

과표 구간 단순화는 아예 무산됐다. 정부는 당초 4개 구간으로 이뤄진 법인세 과표 구간을 2단계(대기업)~3단계(중소·중견기업)로 줄이겠다고 했다. 법인세는 단일세율 또는 많아야 2단계가 국제 표준이란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곳 중 24개국이 단일세율 체계를, 11개국이 2단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는 세율 인하폭을 두고 줄다리기했을 뿐 과표 구간 단순화는 논의조차 제대로 안 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세 부담 감면을 위해 현재 10% 세율 구간을 2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도 사라졌다.

종합부동산세는 2주택자와 3주택자 일부(공시가 합산액 12억원 이하)만 중과세율이 폐지됐다. 정부는 재산가액이 아니라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중과세율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세제를 운용하면 세 부담의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주택자 중과 제도는 세 부담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교육교부금 수술도 ‘함량 미달’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는,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정부가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부활했다. 3525억원이 편성된 것이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고유 사업이고, 정부는 재정중독성 현금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원칙은 무너졌다.

교육교부금 개혁도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정부는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이전되는 바람에 일선 교육청에서 예산이 방만하게 집행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초·중·고교에만 쓰이던 교육교부금 중 3조2000억원을 떼내 고등(대학)·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조차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선 ‘무늬만 개혁안’이란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여야는 한술 더 떠 고등교육특별회계를 3년만 한시 운용하기로 하고 특별회계 예산도 절반(1조5000억원)으로 깎았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이 정치권의 ‘합의를 위한 합의’로 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어려운 국민경제와 대외신인도 우려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서도 “이대로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논평했다.

도병욱/좌동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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