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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만나서 설명하겠다"…尹 "더 얘기할 거 없다" [여기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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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여야가 전날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23일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지만 정치권이 합의한 사항을 존중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면 국민경제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자 협상을 통해 타결한 예산안에 대해 사실상의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여야가 협상을 타결했을 때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이런 반응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분석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여야가 합의한 수정 예산안에 대해 “원칙에 맞지 않는 예산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더라도 새 정부 철학과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내용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안이 나오기 전날인 지난 21일 저녁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대통령실을 찾아 그간 협상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도 “더 이상 논의할 게 없다”며 관저로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설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운영 경비 삭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전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지역화폐 예산에 대해서도 사실상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복합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새 정부의 철학을 온전히 담아낸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며 “국민보다는 이념을 앞세운 힘의 논리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통령실 입장에도 정부가 여야 합의안을 수용한 것은 예산안 통과가 지연될 경우 대외신인도와 국내외 금융시장 등에 미칠 불확실성때문으로 보인다. 예산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전년도 기준에 맞춰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재량 지출 예산을 쓸 수가 없다. 이런 준예산 제도는 1960년 3차 개헌 때 도입됐지만,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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