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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마켓메이킹'에 대한 오해와 진실…"합리적 규제 필요" [블록체인 Web 3.0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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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벌어진 FTX 붕괴 사태 이후 중앙 집중식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CEX)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면서, 거래소 비즈니스의 어두운 면 중 하나였던 마켓메이킹(Market Making)과 관련 규제 구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켓메이킹(MM)'이란 특정 시점에서 거래 희망자가 특정 상품의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거래 상대가 되어주어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행위입니다. 투자자들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변동성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죠.

증권 시장의 경우 상장 이후 발생하는 극심한 변동성이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자(LP)와 마켓메이킹(MM)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가 매칭되기 힘든 종목에서도 투자자들이 적절한 가격에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제도적으로도 아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 상 증권 투자매매업 및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은 증권회사만 유동성 공급자가 될 수 있으며, 국내 증권·파생 상품 통합 거래소인 '한국거래소'가 감시자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 내 마켓메이킹(MM)에 대한 시선은 조금 다른 상황입니다. 증권 시장처럼 법적 제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에 가상자산 마켓메이킹은 '시세 조작'과 '펌프 앤 덤프(Pump&Dump)'에 악용되는 불법 수익 도구라는 오명을 갖게 됐죠.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가상자산 담당 연구원은 "마켓메이킹의 어감 자체가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조금 변질된 것 같지만, 유가증권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존재 의의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특히 소형 코인들의 경우 스프레드 호가가 너무 벌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거래 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들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는 소형 알트코인들의 경우 거래 유동성과 마켓 뎁스(Market Depth)가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해당 코인의 매수·매도를 희망하더라도 거래 비용이 너무 커서 접근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가상자산 마켓메이킹은 필수…업권법 규제 필요해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 내 마켓메이킹은 필수적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프로젝트와 거래소들이 마켓메이킹을 악용한 자전거래(Wash Trading)를 진행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하면서 불신과 오해가 쌓이게 됐죠.

실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은 지난 2017년 말까지 자전거래를 통해 약 1492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심, 2022년 12월 7일 2심에서도 무죄를 받긴 했지만 마켓메이킹 악용에 대한 사례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엔 충분했습니다.

업비트 자전거래 사태 이후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소의 직접적 마켓메이킹 행위가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그러나 마켓메이킹 행위가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대형거래소에서 거래가 활발한 소수 코인을 제외한 대다수 종목들의 유동성 공급이 막히며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거래비용이 커졌습니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는 거래소가 주도하는 마켓메이킹이 아니더라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법한 마켓메이킹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종목 연구원은 "거래소는 거래쌍방의 주문서와 그 흐름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과는 다른 정보의 비대칭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마치 '맵핵'을 켜고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절대 주류로 편입될 수 없다. 마켓메이커 관련 규제나 법적 정비 및 적용 확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도 "거래소는 다른 시장 참여자와는 다른 지위에 있다. 특히 정보의 보유 관점에서 일반 이용자와 완전히 다르다"라며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마켓메이킹이 유동성 공급이라는 긍정적 기능보다 시가조작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거래소의 마켓메이킹 행위는 법적으로 규제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입 예정인 업권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직접적 마켓메이킹 관련 사항을 규제함으로써 더욱 건전한 투자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수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시장 내 마켓메이킹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장, 업계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적극적으로 규제 구축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자들이 과도하게 마켓메이킹을 진행해 부당 이익을 취한 사례가 있기에 관련된 사항을 다루기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사례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규제를 구축해야 하는 점은 분명하나, 아직까지 정부의 업권법 도입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도 하고 시장 상황, 업계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피력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제도권 편입으로 건전한 경쟁 유도…"더 나은 거래 환경 만들 것"
전문가들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가상자산 시장 내 마켓메이킹이 법적으로 규제된다면, 규제를 기반으로 마켓메이커들이 건전한 경쟁을 펼치고 이를 통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종목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마켓메이킹은 현실적으로 많이 다르다. 증권시장에서는 각 증권사들이 마켓메이커로서 호가 경쟁을 하고 한국 거래소가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된다. 증권시장처럼 한국거래소가 독점하는 '통합 코인 시장'이 출현하는 게 아니라면, 가상자산 마켓메이커들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규제를 통해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이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시장 내 마켓메이킹을 주식 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제어하긴 어렵지만, 유동성 공급 경쟁의 관점에서 현실적 규제를 구축해 코인별 호가 경쟁을 유도한다는 겁니다.

업권법을 통해 규제를 구축한 이후에도 불공정 경쟁과 시세 조종 행위, 코인발행 회사와 마켓메이커 간 금전적 거래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한 연구원은 "규제가 구축된다 하더라도 거래소 내 자전거래를 통한 불공정 경쟁, 시세조종 행위 등은 자본시장조사단의 철저한 규제와 감시가 이뤄져야 하며, 거래소가 마켓메이킹을 직접 진행할 경우 상장 종목의 이상 징후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규정해야 한다. 물론 코인 발행기업과 거래소 간 금전적 거래에 대한 감시와 적발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켓메이킹이 제도권 내로 들어와 건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면, 거래량이 많은 글로벌 거래소들에서도 아직까지 종종 발생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주문 오류나 매물 호가 붕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세 급등락 사태)' 등 사고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더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될 수 있을겁니다.

<[블록체인 Web 3.0 리포트]는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strong>'블루밍비트' 리서치란에서 주기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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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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