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00일을 맞았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양국 군인만 20만 명 넘는 사상자(미국 합동참모본부 추정)를 내는 등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있다. 에너지 등 원자재와 식량값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을 연쇄적으로 촉발해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휘청이던 세계 경제에도 치명상을 안기고 있다.
그럼에도 종전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양 진영이 재차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을 보면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미국을 전격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선이 아닌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며 지원을 호소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이어지는 한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패트리엇 미사일 등 18억5000만달러(약 2조3600억원) 규모의 보따리를 풀었다. 미국의 내년 예산안엔 449억달러(약 5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담겨 있다. 미국이 전쟁에 한발짝 더 발을 들여놓는 모양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맞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굳건히 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전 배치까지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구도의 꼭짓점이 되면서 한쪽의 일방적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고, 종전 명분도 찾기가 힘든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로 치닫고 미·중 갈등,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겹쳐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퍼머크라이시스(permanent+crisis·장기적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한 마당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2026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에도 고금리 지속을 밝힌 것은 위기의 끝을 장담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 경제는 복합 위기의 폭풍우에 둘러싸여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와 투자 위축, 역대 최저 성장 경고등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장기전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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