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뀌기 마련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등록임대사업이 아닌가 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육성에 나섰던 등록임대사업은 정권 중반기에 사실상 폐지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때 때 다주택자를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한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양도세나 종부세 등 각종 세금폭탄까지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매매가격은 물론 전셋값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라는 빗장을 푸는 이유입니다. 거래 정상화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노력 차원이기도 합니다.
내년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10년 장기 민간 등록임대 제도가 되살아납니다. 신규로 등록할 경우 임대차 주택이 2가구 이상이어야 하고, 15년 장기 임대등록도 도입합니다. 주택시장 연착륙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정부는 2020년 7월 4년 단기 민간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하고, 단독·다가구 등에만 10년 장기 매입임대를 유지했습니다. 당시 아파트를 뺀 게 최대 논란거리였습니다. 임대사업 기간이 끝난 아파트는 등록임대로 등록하지 못하고 자동 말소돼 아파트 장기 임대주택이 사라졌습니다. 집주인은 막대한 보유세 폭탄을 맞게 돼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폭증했습니다.
정부는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만 임대등록을 허용할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중형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전용 85㎡ 이하로 확대했습니다. 절세 목적의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 신규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개인·법인, 주택 유형 구분 없이 2가구 이상으로 등록 규모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공시가격 기준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도 되살아납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주택은 2018년 9월 이후 임대 등록자의 경우 세제 지원이 없어 최장 10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등록 말소 수순을 밟아야 했습니다. 신규 등록자는 물론 2018년 9월 이후 등록자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 임대주택 양도에 따른 법인세 추가 과세(양도차익의 20%포인트) 배제 등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취득세는 전용 60㎡ 이하는 85∼100%, 60∼85㎡ 이하는 50%가 감면됩니다. 기존에 주택 1가구만 등록한 임대사업자도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자동 말소가 되지 않고, 임대등록을 유지할 경우 세제지원 혜택이 지속됩니다.
정부가 이번에 15년 이상 장기 임대 제도를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임대의무기간을 15년 이상으로 할 경우에는 세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주택 가액을 수도권은 공시가격 9억원, 비수도권은 6억원 이하로 높여줄 방침입니다. 수도권의 시세 12억∼13억원 아파트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이 적용됩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등록임대 사업자에 대해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일반 다주택자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내년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