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노동개혁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또 이중적인 원·하청 임금구조를 겨냥해 “노노 간 착취적인 시스템을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부패에 엄격한 법 집행”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2023년은 (노동·연금·교육)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는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겸해 진행됐다. 새해 경제 전반의 주요 정책과 개혁 과제들이 총망라됐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유독 3대 개혁에 집중됐다. 대부분 원고에 없던 내용으로 수위도 높았다.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라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많은 국민의 관심이 돼왔다”며 “노조 부패에 대해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부패를 막는 첫 번째는 기업 회계 투명성이었다”며 “우리의 노동운동,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조합비를 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외부의 회계 검증을 받지 않는 관행이나 건설노조의 채용 비리 등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이 부분(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은 2023년 필요한 제도 개혁을 통해 성장 원동력으로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정책”이라고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 파업에서 불거진 원·하청 이중구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인 보상체계, 노노 간 착취적인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노동 개혁의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일한 공장 현장에서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복지, 작업 환경 등에서 커다란 차별을 받고 있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것”이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노조와 야당 설득과 참여가 관건
윤 대통령은 최근 3대 개혁 중에서도 노동 시장 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날에도 “노동·교육·연금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노동개혁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이날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노동 개혁 부분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내년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 정도가 포함됐다. 기존 고용노동부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 파견제도 개편 등 민감한 사안은 세부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 노동계가 김문수 경사노위위원장에 대해 “기업에 편향했다”고 반발하고 있어 윤 대통령과 정부 의지에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3대 개혁 드라이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민주노총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법안과 관련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제기준에 반하는 반노동 책동”(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방안에 대해 “나라를 위한 선택이며 국민을 위한 선택”이라며 “협조를 당부드린다”란 말을 반복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