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인파로 북적이는 한 지하철역이 등장했다. 폐쇄회로TV(CCTV)에 담긴 역사 안 상황을 인공지능(AI)이 눈 깜짝할 사이 분석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수많은 사람의 눈, 코, 입 모양은 물론 착용하고 있는 안경, 마스크까지 구별하며 동향을 파악했다. 사람마다 ‘인식 중’ ‘인식 완료’ ‘이상 감지’ 같은 태그가 따라붙었다. 순간적으로 1㎡ 공간에 네 명 이상의 사람이 몰리자 AI가 즉각 위험을 감지하고 화면을 빨간색으로 바꿨다. 동시에 지하철역에는 사람이 덜 몰리는 공간으로 군중을 유도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지난 15일 방문한 프랑스 파리 외곽 베종시에 있는 아토스 본사엔 디지털 대전환(DX)의 생활 결정체로 불리는 ‘AI컴퓨터비전’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AI비전 기술은 AI가 문자와 단순 이미지를 넘어 복잡한 인간의 안면까지 파악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AI비전 플랫폼은 △인파 관리 △교통정보 관리 △물류·유통 △범죄 수사 등 30가지 용도로 활용된다.
AI비전 기술이 있었다면 얼마 전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기자가 AI비전 플랫폼에서 지하철역 내 인파 관리 모드를 선택해봤다. 가로세로 50㎝ 미만 공간에 2~3명이 들어가면 강제 해산하는 시나리오를 작동하자 현장 분석과 초동대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런 작업을 가능하게 한 기술을 개발한 아토스는 세계 36개국에서 5000건 이상의 대형 AI비전 구축 사업을 수주한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이다. 에마뉘엘 르루 아토스 부사장은 “AI비전 기술은 도로교통 안전, 의료, 보안, 소매 등 다양한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걸쳐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비전 기술은 영국 브리스톨·에든버러·리버풀 공항, 프랑스 툴루즈 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등에서 탑승 대기 줄을 분산하고, 테러 용의자를 색출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2015년 메카에서 성지순례 도중 2411명이 압사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밀집한 군중을 분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베종=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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