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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철저한 장인기업…시계 예술과 실용 균형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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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명품업계는 최상의 시기를 보냈다. 그 기간 조용히 시계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기업이 있다. 창립 185주년을 맞은 에르메스다. 로랑 도르데 에르메스와치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16일 1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도르데 CEO는 서울 강남구 메종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트맨십’ 고수하는 전통
에르메스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라고 하는 최상급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로 분류되곤 한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자신을 한 번도 ‘럭셔리 브랜드’라고 칭한 적이 없다. 대신 ‘장인 기업’이라고 불리길 원한다. 루이비통, 샤넬 등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에르메스의 장인정신(craftmanship)은 장인들의 손에 대한 존경을 의미한다. 도르데 대표는 “에르메스 가방만 하더라도 수작업으로 생산한다”며 “대량 생산을 중시하는 경쟁사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도르데 CEO는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을 거쳐 1995년부터 에르메스에 몸담고 있다. 2015년 시계부문 CEO에 올랐다. 그는 “에르메스에는 장인을 우대하는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직원 1만7600명 중 장인만 5000여 명이다. 에르메스 시계 부문만 해도 500여 명의 시계 장인이 종사하고 있다.

에르메스가 시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978년이다. 그후 무브먼트 공방 ‘보셰 매뉴팩처 플러리에’의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2012년 다이얼 제조사 나테베르, 2013년 케이스 제조사 조세프 에랄드 등을 사들였다. 도르데 대표는 “패션 액세서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시계 제조사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였다”고 설명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시계 시장 ‘공습’
국내에서 에르메스 시계의 인기는 폭발 직전이다. 지난해 출시한 남성 시계 ‘H08’은 국내에서 동날 정도로 잘 팔렸다. 에르메스 전체 매출 중 시계부문 매출은 4% 정도지만, 한국에서는 7~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에르메스 시계의 매력은 실용성을 중시한 시계에 예술성을 가미한 데 있다. 도르데 CEO는 “에르메스는 올해 ‘아쏘 르땅 보야주(여행자의 시간)’를 내놓으면서 시계의 실용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맞췄다”고 말했다. 시계 주인이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공간의 시간과 여행지의 시간을 동시에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이얼 중앙에는 에르메스 스카프에서 영감을 얻은 세계지도를 구현해 넣었다. 그는 “에르메스가 시간을 대하는 위트와 철학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르데 CEO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공급 차질을 우려하면서도, 품질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품질에선 어떤 타협도 용납할 수 없다”며 “아무리 시장의 요구가 크더라도 무리하게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르데 CEO는 “시계산업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2~3년 안에 에르메스를 포함해 비(非)시계 브랜드들이 시계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배정철/사진=김병언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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