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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아침] '청춘의 아이콘' 에곤 실레, 불안과 나르시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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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가는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1890~1918)다. 실레의 작품 40여 점이 걸린 리처드 내기 갤러리 부스 앞에 행사 내내 약 50m의 인간띠가 늘어섰다. 관람객 대부분은 20~30대였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젊은 층에서 실레의 인기가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젊은 층이 이토록 실레에 열광하는 건 그가 ‘청춘의 아이콘’ 같은 화가여서다. 실레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16세 때 빈 미술학교에 진학해 스승인 구스타프 클림트를 만났지만 보수적인 학풍에 적응하지 못하고 3년 만에 자퇴했다. 아버지는 그가 15세 때 매독으로 죽었고, 그의 여자 관계도 복잡했다. 28세에 임신 6개월이던 아내가 독감에 걸려 세상을 떴고 사흘 뒤 자신도 독감으로 숨졌다. 실레의 작품에는 이처럼 극적인 삶의 궤적과 함께 청춘 특유의 우울과 불안, 나르시시즘이 녹아 있다.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사진)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유의 뒤틀린 인물 형태와 꽈리의 선명한 붉은색이 어우러져 강렬한 불안과 공포감을 연출한다. 민음사가 펴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표지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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