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매수세가 올 들어 크게 꺾였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과정의 불법 행위 단속에 나선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부동산(건물·토지·집합건물 포함)을 사들인 중국인(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기준)은 8945명으로, 작년 1만2437명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외국인 부동산 매수자 가운데 중국인 비율도 64%로, 작년 66%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중국인은 10년째 외국인 부동산 매수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은 집값이 오르면서 매년 증가했고, 2018년부터는 매년 1만 건을 웃돌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에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공급된 2020년엔 부동산 매입 건수가 1만3416건에 달했다. 당시 외국인은 보유 주택 수 산정, 자금 출처 소명 등에서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워 역차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하락하자 중국인의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중국인 위모씨는 작년 7월 15억9500만원에 샀던 인천 연수구 송도아트윈푸르지오 아파트(전용면적 106㎡)를 9억원에 팔아 43.6%(6억9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국적 교포 등 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도 감소했다.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 미국인은 지난해 2794명에서 올해 11월까지 2105명으로 24.7%가량 줄었다. 달러화 강세로 투자환경이 유리해졌음에도 투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일제 점검하는 등 단속에 나선 것도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부터는 국토교통부와 관세청이 공조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자금 불법 반입 등에 대한 감시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구강모 하나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몇 년 사이 중국과 미국인들의 투자목적 부동산 구입이 증가하는 추세였다”며 “올 들어선 정부의 불법행위 단속뿐만 아니라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과 세계적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로 투자가 주춤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