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소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홍콩 배우 장국영 등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열여덟 명의 예술가가 두 명의 시인이 바치는 편지로 다시 태어났다.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이 함께 쓴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는 세상을 떠났지만 잊지 못할 큰 발자취를 남긴 예술가 18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은 책이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2015),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2017) 등에 이어 두 사람이 함께 쓴 세 번째 산문집이다.
두 시인은 편지를 통해 그들이 오랫동안 사랑하고 존경해온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조명한다. 평생 존경해 온 박용래 시인을 ‘울보’라고 놀리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배호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그리움을 넌지시 드러낸다. 두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편지를 읽다 보면 마치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이 책은 앞표지와 뒤표지 구분이 따로 없다. 박 시인과 장 시인이 한 예술가에게 각각 쓴 두 편지가 양쪽에서 독립적으로 전개된다. 서로 다른 두 책을 맞붙인 듯한 독특한 형식으로 독자가 두 사람의 글을 ‘따로 또 같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장 시인의 섬세한 사유가 박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만난다. 두 시인이 한 예술가에게 보낸 편지를 비교하며 미묘한 시각 차이를 읽어내는 것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는 방법이다.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란 책 제목은 박 시인이 김소월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그를 추억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예술가는 그들이 세상에 남겨놓은 글과 그림, 노래, 영화 등 작품으로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그들을 추억하고,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것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는 이들의 몸짓 속에서도 계속해서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 한 예술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술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두 시인의 편지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속으로 여기 없는 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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