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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최악일 때 영업한 KB증권, 막판 역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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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2월 16일 15: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올해 회사채 주관 국내 1위 자리를 지켰다. 하반기 채권 시장 경색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다.

16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의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173건의 회사채 발행을 대표 주관해 국내 증권사 중 왕좌에 올랐다. 주관실적은 8조8258억원으로 시장 점유율은 19.01%로 나타났다. 7년 연속 일반회사채 부문에서 선두를 지켰다.

KB증권은 이달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공모채 발행을 잇달아 주관하면서 2위인 NH투자증권과 격차를 벌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51건을 대표 주관해 8조1852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시장 점유율은 17.63%였다. 올 3분기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격차는 약 2000억원, 시장 점유율은 0.5%에 불과했으나, KB증권은 세 건의 딜로 1위 자리를 굳혔다.

IB 업계는 KB증권의 '역발상'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증권사와 발행사가 모두 회사채 발행을 꺼릴 때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것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발행 물량의 대부분은 채권 시장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10월부터 추진했던 것이다.

최근 두 달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일정을 연기하면서 채권 시장은 사실상 '전면 중단' 상태였다. 지난 9월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논란 이후 발행금리가 급등했고 우량채도 대거 미매각 사태를 빚었다.

그러나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하는 등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이달부터 시장이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KB증권은 이달 세 건의 회사채 발행에 모두 성공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로 인해 미매각 우려가 컸음에도 DGB금융지주의 지급보증을 받은 덕분에,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1800억원)보다 세 배 많은 주문을 받았다. KB증권은 미매각 물량을 발행어음 등으로 운용해 회사채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에 이어 SK도 2300억원 모집에 8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SK텔레콤은 2500억원 모집에 약 2조원의 수요를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3년, 5년, 10년물 모두 민평 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 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반기 들어 채권 금리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언더발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최고 신용등급 보유사의 체면을 세웠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유동성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고 분석한다. 회사채 금리뿐 아니라 연일 치솟던 기업어음(CP) 금리도 안정세를 찾고 있어서다. 이달 회사채 발행액이 상환액을 뛰어넘으면서 발행 시장도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동성 위기에다 기관 투자자들의 북 클로징(채권 매수 중단) 시기가 빨라지면서 회복이 더딜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들도 KB증권의 독식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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