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쯤 은하와 민주와 성지라는 이름이 귀에 익으셨을까요?”
소설가 은모든은 최근 출간한 신작 소설집 <선물이 있어>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은 작가의 작품을 따라 읽어온 팬이라면 그가 은하, 민주, 성지라는 이름을 언급한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은 작가는 작품마다 이들 이름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키곤 한다. 은 작가가 만든 우주, ‘은모든 유니버스’에는 은하, 민주, 성지라는 세 여성이 살고 있다. 작품마다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은 작가는 이번 책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설마, 하는 데이트’ 등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17편을 묶었다. 각 소설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 소설 속 열린 결말을 저지하는 조직,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바 등 일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슬럼프에 빠진 무명 배우,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60대 여성 특수요원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은 작가는 이번 책에도 마치 독자와 보물찾기 하듯이 은하, 민주, 성지의 여러 인생을 숨겨뒀다. 예컨대 표제작인 단편소설 ‘선물이 있어’에는 30대 중반 배우 지망생 성지가 등장한다. 전작 <우주의 일곱 조각> 수록작 ‘미래에서 왔습니다’ 속 성지는 악녀 또는 노출 배역에 신물이 난 중년의 배우였다. 두 성지는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은 작가는 “‘선물이 있어’에서 성지는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처럼 겹겹이 닥친 불운에 발이 묶인 상태지만, 소박한 계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며 “모쪼록 이 책의 짧은 이야기를 읽거나 들은 분들도 기나긴 겨울처럼 웅크려 지내야 했던 시간 동안 쌓인 회한이 어느새 아득히 물러나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빌겠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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