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자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7%대인 CPI가 내년 상반기 3%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얻으면서 내년 2월 기준금리 인상폭은 0.5%포인트가 아니라 0.25%포인트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5월 3% 물가 가능”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끝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9%를 넘었다.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11%)을 크게 웃돌았다. 내년 2월 FOMC에서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전날 35.1%에서 하루 만에 56.1%로 높아졌다.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51.0%에서 38.4%로 내려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중앙은행(Fed)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들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위해 더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날 금리 선물시장에선 내년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5월 이후 계속 동결하다가 11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가장 우세했다. 11월 금리정책을 전환(피벗)한 뒤 12월에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내년 3월에 멈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엘렌 제트너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3월 금리를 동결해 최종 금리 수준은 연 4.5~4.75%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가 바뀐 건 13일 발표된 11월 CPI 때문이다. 11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1%로 지난해 12월(7.0%) 후 가장 낮았다. 마켓워치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반영해 환산하면 9~11월의 CPI 상승률(연율 기준)은 실제로 3.7%”라고 추산했다. 전월 대비로도 CPI 상승률은 0.1%를 기록해 10월(0.4%)에 비해 확 내려갔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0.1%를 유지하면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은 내년 3월 4%대, 5월 3%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동시장이 변수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 동향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로 올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시장 추정치(0.3%)의 두 배였다. 1년 전과 비교해도 5.1% 상승해 시장 전망치(4.6%)를 웃돌았다. 아네타 마코스카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한 것 같지만 아닐 수 있다”며 “Fed는 아직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매우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하면서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1% 하락한 104.09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에 미 국채 금리도 떨어졌다. 기준금리 동향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164%포인트 내려간 연 4.239%를 기록했다.
유가와 금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 오른 배럴당 75.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내년 2월물 금 선물은 1.9%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1825.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이주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