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 정기인사에서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핵심 계열사 세 곳의 수장을 교체했다. 하나은행장엔 외환은행 출신인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59)을 내정했다. 하나증권 사장에는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58), 하나카드 사장에는 이호성 하나은행 영업그룹 총괄부행장(58)을 추천했다.
“내년 리스크 관리가 핵심”
하나금융지주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3개 계열사 대표를 이같이 추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1963년 대구 출생인 이승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그룹인사총괄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후 외환은행 출신이 은행장에 오르는 것은 이 내정자가 처음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년 리스크(위험) 관리가 중요해 ‘재무·전략통’을 차기 행장으로 추천했다”며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라는 점에서 하나금융그룹 내 통합을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통상 매년 1월께 하던 계열사 CEO 인사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앞당겼다. 서울은행 출신으로 하나·외환은행 통합 후 초대 행장을 지낸 함 회장은 줄곧 하나와 외환의 ‘화학적 통합’을 강조해왔다.
강성묵 내정자는 1964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신흥고와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하나은행 영업지원그룹장과 중앙영업그룹장을 지낸 ‘영업통’으로 꼽힌다. 하나UBS자산운용 리테일(소매)부문 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임추위는 강 내정자가 투자은행(IB)에 편중된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확대해 하나증권의 도약을 끌어낼 인물로 평가했다.
하나카드 사장에 내정된 이호성 부행장은 1964년 대구 출생으로 대구중앙상고(현 대구중앙고)와 경희사이버대 자산관리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한일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들어왔다. 중앙기업금융본부와 대기업영업1본부 등 하나은행의 굵직한 영업조직을 이끌었다. 풍부한 영업 경험과 방대한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임추위는 이 내정자에 대해 “하나카드가 비은행 부문 주력 회사로 성장할 기틀을 마련할 적임자”라고 했다.
하나금융의 주요 계열사 CEO 내정자들은 회사별 임추위와 이사회·주주총회 등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2인 부회장 체제 가동하나
이번 인사는 지난 3월 취임한 함 회장의 첫 계열사 대표 인사여서 이목이 쏠렸다. 재무·전략가를 은행장에 앉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증권·카드엔 영업 전문가를 배치해 비은행 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함영주호(號)’의 색깔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2년 임기를 마치는 박성호 하나은행장(58)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권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인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48)도 겸직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총괄 부회장은 계속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용/이소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