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전국 토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방침대로 다주택자 중과 완화 등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에 적용하는 할인율)이 인하되면 세 부담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올해(7.34%)보다 13.29%포인트 감소한 -5.95%로 나타났다. 2005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매기기 시작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도 전국 평균 5.92% 내려 1999년(-9.37%)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내년 표준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은 각각 65.4%, 53.5%로, 2020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내년 공시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유세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시세 17억원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12억8010만원으로 올해(14억3520만원)보다 10.8% 내린다. 이 주택 소유자(80% 세액공제를 받는 1주택자)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올해 372만3000원에서 312만5000원으로 60만원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표준 단독주택 중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 명의 서울 한남동 단독주택(연면적 2862㎡)의 보유세(세액공제 미적용)도 올해 5억5310만원에서 내년에 4억8090만원으로 13.05% 줄어든다.
토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낮아진 상황에서 내년 3월 공개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기록적인 하락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표준주택과 표준지의 경우 공시가격의 기준이 되는 매매가격이 오른 데 비해 공동주택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83% 내렸다. 반면 단독주택과 토지 매매가는 같은 기간 각각 1.86%, 2.77% 상승했다.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도 2020년 현실화율을 적용해 시세의 69%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실화율 하향 조정만으로도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이 3.5%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10% 안팎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여당은 보유세 부담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여야는 종부세 중과세율 대상자를 3주택 이상 보유자로 축소하고, 기본 공제 금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에 합의한 상태다. 정부는 또 올해 한시적으로 45%로 낮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에 더 내릴 계획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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