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대학 중앙도서관 1층 열람실. 8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 위에 태블릿PC 4대가 놓여 있었다. 이들의 사용 목적은 대부분 비슷했다. 주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학습 자료 파일을 들여다보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전체 열람실에서도 테이블에 태블릿PC를 하나씩 올려뒀다.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동시에 사용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대학교 1학년 A 씨는 "무겁게 전공 서적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교수님 수업자료도 대부분 PPT 같은 온라인 파일인데, 학생들 대부분 태블릿으로 다운로드해 필기한다"며 "노트북보다 훨씬 가겹고 휴대하기 편해서 많이들 쓴다"고 말했다.
'종이 필기' 옛말…"대학생들 수업용으로 태블릿 사용"
대학가에서 종이에 필기하는 학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인쇄소에서 출력해 종이에 '펜'으로 직접 필기하는 광경이 자취를 감췄다. 이른바 '페이퍼리스(paperless)' 캠퍼스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이 크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3여년간 전국 대다수 대학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면서 태블릿PC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급증했다.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데다 무겁고 두꺼운 전공서적을 400g 안팎의 작고 가벼운 기기에 담을 수 있어 태블릿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미 데스크톱과 노트북이 있어도 별도로 수업 '필기용'으로 태블릿을 구매하는 대학생도 많다.
올해 9월 복학한 대학 2학년 B 씨는 "사물함에 전공책을 두고 다니지만 수업 때마다 무거운 책을 갖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동하기 힘들 것 같아 복학 전에 태블릿PC를 새로 샀다"며 "처음엔 전자펜으로 필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적응되니 깔끔하게 필기할 수 있고, 그래픽 등 시각자료를 자유롭게 배치해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녹음 기능을 켜놓고 필기하면 나중에 해당 구간 녹음 파일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등 기능이 많아 학습 편의성이 높다는 점도 선호 요인으로 꼽힌다.
전자기기 판매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도림에 위치한 한 전자기기 판매점 사장 C 씨는 "확실히 요즘 대학생들은 태블릿으로 공부한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최근 수능 끝난 수험생 손님 10명 중 6명이 태블릿PC를 사갔다"며 "대학생들한테 어떤 용도로 사가냐고 물으면 80% 이상이 강의 듣는 용으로 산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태블릿 사러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태블릿PC 보유율 '껑충'…중고생도 많이 쓴다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중·고교 학생들의 태블릿 보유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내 태블릿PC 보유율은 2020년 19%에서 2021년 24%, 2022년 36%로 최근 3년새 1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데스크톱 보유율은 71%에서 64%로 오히려 7%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올해 13~29세의 보유율은 무려 50%가량 껑충 뛰었다. 연령별로 올해 태블릿PC 보유율을 살펴보면 30대는 47%, 20대는 50%로 젊을수록 태블릿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10대의 태블릿 보유율은 27%(2020년)→36%(2021년)→54%(2022년)로 매년 크게 뛰었다. 한국갤럽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과 유튜브 등 영상 이용 급증 영향으로 태블릿 보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온라인 강의와 화상 회의, 영상시청 등 태블릿PC 사용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국내 태블릿PC 시장이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의 '국내 스마트 커넥티드 디바이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블릿 출하량은 469만대로 전년 대비 21.7%나 증가했다. PC 출하량은 606만대로 15.3% 증가에 그치고 스마트폰은 역성장했는데 태블릿 시장만 나홀로 고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기업들은 태블릿PC 수요에 대응해 맞춤형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해 내구성 강한 '갤럭시 탭 액티브4 프로'를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3년 만에 태블릿PC 'LG울트라탭' 신제품을 출시했다. 교육용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구글 역시 내년을 목표로 신제품 '픽셀태블릿'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상 수업 등 재택 학습·근무 문화가 이미 자리잡았고, 최근 게임과 드라마 등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태블릿PC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면서 "중소 제조사들 역시 중저가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어 파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