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질환이지만 최근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을뿐 아니라 완치도 불가능해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1993년 국내 최초로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을 열었고, 2012년엔 국내 최초로 염증성 장질환 센터로 확대 개소하는 등 이 분야를 개척해 왔다. 센터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 소장(사진)은 국내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 명의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염증성 장질환이 뭔가요.“장에 염증이 생기는 원인 불명의 만성 질환입니다. 크론병와 궤양성 대장염 등으로 나눕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 염증이 여러 곳에 퍼집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생기고 장 점막 얕은 부분에 분포합니다.”
▷환자가 많은 편인가요.“국내 7만명 정도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7년 뒤엔 환자가 두 배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인의 0.5%가 염증성 장질환을 겪을 만큼 서구에서는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특이하게도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합니다. 크론병은 10~20대 환자가 가장 많고, 궤양성 대장염은 30대 중후반에 흔히 나타납니다.”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인가요.“아무래도 동물성 단백질과 인공감미료, 가공식품, 당분 등의 식습관은 좋지 않겠지요. 장 속 미생물 간 균형이 깨지는 것도 발병 이유로 꼽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염증성 장질환 발병 가능성이 보통 사람에 비해 10~22배 높습니다.”
▷증상은 어떻습니까.“복통과 설사, 혈변, 체중 감소가 공통 증상입니다. 특히 크론병은 항문에 염증이나 고름이 생깁니다. 장이 터지거나 좁아져 막히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복통이나 설사가 몇 달 가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체중이 줄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요.“문진과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대장 염증 수치 등을 종합해 진단합니다. 크론병은 소장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약물치료를 시행합니까.“환자 상태에 따라 어떤 치료를 할지 결정합니다. 기본적으론 항염증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과 주사제를 쓰는 내과적 치료를 합니다. 약물치료 효과가 없거나 장 협착, 천공, 대장암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을 합니다.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일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수술 건수는 줄고, 약물 치료는 느는 추세입니다.”
▷완치는 불가능한가요.“그렇습니다. 염증 관해를 유도한 다음. 이를 유지하는 유도치료를 지속합니다. 환자 생각엔 증상이 없어지고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아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가 질환이 더 악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진행을 막은 뒤 꾸준히 관리한다면 무리없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불청객 같은 동반자’인 셈이죠.”
▷내원 환자가 많습니다.“염증성 장질환 센터의 등록 환자는 7000명 규모로, 매년 1000명 이상이 저희 센터로 의뢰되거나 이 곳에서 확진받습니다.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20%가 저희 센터에서 치료받는 셈이죠. 단일 기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 실적입니다.”
▷차별화한 경쟁력이 있다면요.“30년 이상 염증성 장질환만 파고들면서 쌓은 진료 경험과 노하우는 다른 병원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입니다. 긴밀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도 경쟁력입니다. 소화기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모여 환자에 따른 맞춤형 진료를 결정한 뒤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신약 개발 및 임상 연구에도 적극적이며, 서구 여러 의료기관들과의 네트워크도 구축했습니다. 환자와의 빠른 소통을 위해 전문 간호사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갖춰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세부 클리닉도 있나요.“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해 베체트 장염 클리닉도 운영합니다. 수술 클리닉도 활발한데, 국내에서 시행되는 염증성 장질환 수술의 40%가 저희 센터에서 이뤄집니다. 어린 환자가 많은 만큼 소아청소년 클리닉과 이행 클리닉도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염증성 장질환 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센터가 세계적인 진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