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명문악단인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가 22세 젊은 지휘자를 신임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가 급히 사임하며 떨어진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 피가로 등 외신에 따르면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는 신임 음악감독으로 2000년생 타르모 펠토코스키를 선임했다. 지난 3월 사임한 투간 소키예프 전 음악감독을 대체할 예정이다. 펠토코스키는 2024년 9월 취임해 2029년 8월까지 툴루즈 카피톨을 이끌 예정이다.
핀란드 출신인 펠토코스키 지휘자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이력을 갖추고 있다. 22세에 불과하지만, 독일의 명문악단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약했고, 라트비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고국 핀란드의 유라조키 벨 칸토 페스티벌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을 모두 지휘하기도 했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 본 네덜란드 대표 악단인 9월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펠토코스키는 지휘 강국인 핀란드에서 실력을 쌓았다. 14세 때 '거장 지휘자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요르마 파놀라에게 지휘를 배웠다. 이후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입학해 사카리 오라모, 유카 페카 사라스테, 에사 페카 살로넨 등 명 지휘자들에게 지휘 교육을 받았다.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는 1960년 창단해 1981년 국립 단체 지위를 획득했으며 현재 125명의 연주자가 활동 중이다. 프랑스 출신 거장 지휘자 미셸 플라송이 1968년부터 2003년까지 35년 동안 이 악단을 이끌면서 음악적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프랑스 레퍼토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출신 신예 지휘자 소키예프가 2005년 툴루즈에 합류한 뒤 레퍼토리가 확장됐다. 구스타프 말러, 안톤 부르크너 등 20세기 교향곡 레퍼토리를 비롯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레퍼토리에도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세계 클래식계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소키예프의 위상이 추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對) 우크라이나 정책을 지지해 온 예술가들의 공연을 잇달아 취소하며 ‘예술 연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키예프는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러시아와 프랑스 음악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어려운 결정을 강요받아 그만두기로 했다”고 표명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들이 몰락하며 펠코토스키가 덕을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사임하며 로테르담 오케스트라에 생긴 빈자리를 펠토토스키가 낚아챘다. 소키예프로 인해 이미지가 깎인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도 전화위복을 위해 새로 떠오르는 신예 지휘자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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