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쇼핑, G마켓 등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CJ대한통운 같은 택배사들이 배송을 대행해준다. 쿠팡은 전국에 풀필먼트센터를 지어 택배 시장을 뿌리째 흔들었다.
CJ대한통운은 칼을 갈았다. 네이버와 연합해 국내 e커머스 물류를 강화하는 한편, 최근엔 ‘초국경 택배’로 불리는 CBE(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e커머스업체의 해외 배송을 대행해주는 사업이다. CBE 물류는 올해 예상 시장 규모가 107조원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 시장이다.
치열해지는 초국경 택배 경쟁
1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최근 한 글로벌 e커머스업체를 고객으로 유치했다. CJ대한통운은 인천공항에 이 회사를 위한 글로벌배송센터(GDC)를 세울 계획이다. 이 회사는 주요 상품을 한국에 놔둘 수 있게 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인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배송 속도를 현재 1주일에서 2~3일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CJ대한통운은 2018년부터 미국 천연식품 전문 e커머스기업 아이허브와 협업하면서 CBE 물류의 경험을 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샴푸 등 아이허브의 인기 상품을 구매하면 미국이 아니라 인천의 아이허브 GDC에서 배송된다”고 설명했다.
아이허브는 대륙 단위로 물류센터를 설치해 배송 시간을 단축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 구매자를 위한 상품은 홍콩에서 배송하는 식이다.
대륙 단위로 물류 인프라를 조성한 뒤 시간을 단축하는 초국경 택배 시장은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 등 글로벌 e커머스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물류리서치업체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07조원대인 CBE 물류 시장 규모는 2026년 176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DHL, UPS 등 글로벌 물류사들은 초국경 택배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DHL은 2022년까지 한국 호주 일본 홍콩에 배송센터 건립 등을 위해 1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UPS 역시 유럽에 특송 허브를 신축하는 등 초국가 택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로 눈 돌리는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국내에선 해외 직접구매 배송 점유율 25%(지난달 말 기준)로 1위다. 인천공항에 제1국제특송센터(ICC·상품 보관 기능 없이 통관 절차 등을 빠르게 진행하는 시설)를 운영 중이며, 두 번째 ICC 구축도 추진 중이다. 2018년 12월엔 하루에 2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는 연면적 1만4000㎡ 규모의 아이허브 인천 GDC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종합 CBE 사업자로 도약하고 있다.CJ대한통운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아이허브 GDC를 증축하고, 최첨단 물류로봇 시스템인 오토스토어를 설치해 취급 능력을 3만 상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인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국내외 7개국에서 CBE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매출은 지난해 2200억원에 달했다.
상품의 반입·분류·보관·배송 등 초국경 택배의 전 과정을 처리하는 GDC는 인천공항의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등 부수 효과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2만t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GDC 한 곳을 유치하면 300명의 고용 효과와 약 1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한다는 것이 물류업계의 분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