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끝장낼 것 같던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총파업의 깃발을 내린 것은 정부가 법과 원칙을 앞세워 일관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단호한 대처에 명분 없는 ‘정치파업’이 설 자리는 없었다. 초유의 경제 위기 속에 애초 화물연대의 파업은 국민은 물론 조합원 내부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웠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화물연대가 백기를 들었지만, 불법 행위와 함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책임 소재를 밝히고 4조1000억원대에 달하는 피해의 민형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지난 9월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 간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합의 때처럼 잘못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민노총·화물연대의 ‘상습 파업’을 막으려면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정 관계 확립은 기본이고, 불법파업이 발을 못 붙이도록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노동개혁이 왜 절박한 과제인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노동개혁의 궤도를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민감한 핵심 이슈보다는 주 52시간제 보완, 직무·성과급제 확산 등 생색나고 비교적 해결이 쉬운 문제에 집중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노동개혁은 노조의 무법·떼법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다.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광범위하게 노조의 쟁의권한을 보장하지만, 사용자의 방어 수단은 부족하다. 쟁의 때 노조의 직장 점거를 부분적으로 허용한 반면 사용자의 대체근로는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노조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특정 노조 가입 강요, 운영비 지원 요구 등 불합리한 행위를 해도 제재할 수 없다. 불법 점거와 봉쇄, 물류 및 업무 방해, 고공 농성, 폭행·재물손괴 등 노조의 시대착오적 극렬 투쟁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이런 구태를 뿌리 뽑으려면 노동개혁의 방향과 우선순위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거야(巨野)가 추진하는 ‘파업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 같은 악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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