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운업에선 작지만 빠르고 유연한 선박들로의 선대 재편이 이뤄질 것입니다.”
마크 레빈슨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경제 에디터(사진)는 9일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2022 스마트항만 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2000년대 이후 대세가 된 초대형선들이 공급망 속도와 안정성 모두를 저하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레빈슨은 컨테이너 발명을 통한 물류 표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의 저자로 해운·물류학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레빈슨은 향후 해운업에서 2만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넘어서는 초대형선의 시대가 끝날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급망의 우선순위가 효율성에서 안정성으로 바뀌었다”며 “필요한 물량만큼을 적시에 얼마나 다양한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형선들이 기착 가능한 항만은 극소수”라며 “이미 선사들은 1만5000TEU 이하급 선박을 주로 발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상품 교역량의 정체기가 이어지면서 해운업계가 어려운 시절을 보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품보다 서비스 지출이 늘고 있고 상품을 서비스가 대체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한동안 상품 교역 성장률은 전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빈슨은 “선박의 크기가 줄면 평균 운항 거리도 짧아지고 무역로 자체도 바뀔 것”이라며 “다수의 중소형 항만들엔 기회가 될 수 있고 제조업의 입지 조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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