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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네이버 퇴사한 사원, 뭐하나 봤더니…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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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가치 2조 원이 넘는 무신사는 ‘신발을 무진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됐다. "당근이세요?"라는 인사말로 스쳐 가기만 하던 동네 사람들을 마주하게 한 당근마켓도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여가 생활을 테마로 만남의 장을 연 트레바리, 문토도 있다.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모인 커뮤니티의 성공은 곧 플랫폼의 성공으로 직결됐다. 3세대 인터넷으로 불리는 웹3.0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탈중앙화, 초개인화 등을 표방하는 웹3.0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타벅스 등 발 빠른 기업들이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웹3.0 커뮤니티를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만들어진 '메타본'도 그중 하나다. 한경 긱스(Geeks)가 김진희 메타본 대표를 최근 만났다.


네이버, 쿠캣 등 웹 2.0 종사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메타본은 NFT를 기반으로 와인, 요트, 음악 등 각 분야 애호가들을 만나게 하는 취향 기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희 메타본 대표는 "현실에 와 닿고, 일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통해 웹2.0과 웹3.0의 브릿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 NFT로 즐긴다
메타본은 NFT 브랜드 '바닐라보이드'를 운영한다. 바닐라보이드는 "도시인의 공허함을 바닐라 색으로 비유했고, 다양한 기호에 맞는 프로젝트들로 이 공허함을 채워주자는 의미"라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바닐라보이드는 일상에서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2~3만원부터 15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NFT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NFT를 구매해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 웹 3.0 버전의 트레바리, 혹은 아난티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중 최고가 멤버십인 '바닐라보이드 와인 살롱'은 와인 애호가들을 위한 것으로 일종의 VIP 커뮤니티다. 지난 7월에는 최고급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로익 파스케(Pasquet) 대표를 초청해 그가 빚은 와인 ‘리베르 파테르(Liber Pater)’를 시음하는 행사를 열었다. 리베르 파테르는 한 병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꼽힌다.


지난 8~9월에는 한강에서 요트를 타며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바닐라보이드 요트'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10월에는 네추럴 와인과 디제잉을 즐길 수 있는 '사운드바이네추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와인 편집숍 폼페트(Pompette)와 협업해 원하는 네추럴 와인을 시음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근에는 '수운잡방'이라는 미식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500년 전 선조들의 먹던 음식을 연구하는 경북 안동의 수운잡방과 협업해 전통 요리와 와인을 페어링하는 시식회다.
경험·추억 기록된다
유틸리티를 강조한 실생활 연계(IRL) 기반 NFT가 주류가 되면서 다양한 NFT 행사가 생겨났다. 신세계, 롯데 등 유통가에서도 각각 푸빌라와 벨리곰 NFT를 선보였고, 최근 이마트24도 원둥이 NFT를 선보이면서 멤버십과 연동한 유틸리티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메타본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지난 10월부터 NFT 이벤트 매니지먼트 앱인 왓(WAHT)을 선보였다. 이 앱을 통해 행사 참석예약(RSVP)부터 체크인, 참석자 확인 등이 가능하다. NFT 오프라인 이벤트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포함된 올인원 앱인 셈이다. 이외에도 다른 NFT 프로젝트들과 연동된 행사·이벤트·모임 등을 한눈에 보고 참석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왓은 나와 같은 NFT를 가지거나, 비슷한 취향을 가진 NFT 홀더들끼리 왓을 통해 만나고 이를 기반으로 끈끈한 성장을 지향하는 플랫폼"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채널 구독 목록처럼 이 플랫폼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앱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작이 불가한 NFT 기술을 토대로 내가 가본 전시, 마셔본 와인, 열광했던 콘서트 등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네이버가 맺어준 인연
김 대표가 NFT와 인연을 맺게 된 건 그의 전 직장 네이버 덕분이다. 2012년 네이버에 공채로 입사해 10년간 회사에서 근무한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런칭하고, 프랑스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블로그 서비스를 출시하는 업무를 맡았다. 파리 주재원에서 일할 당시 와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고, 당시 인기를 끌던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스팀잇'을 접하게 됐다. 이런 경험의 축적으로 지금의 창업 아이템을 고안하게 됐다.


함께 창업한 전중달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김 대표와 동기인 네이버 개발자 출신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력이 있다. 두 사람을 포함한 6명의 멤버 모두 대기업이나 유명 스타트업 등 웹2.0에서 활약했던 인재들이었다. 이들은 기존 플랫폼에 아쉬운 점이 보였고 웹3.0 방식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뜻을 모았다.

김 대표는 "기존 플랫폼 기업은 관리자 역할을 하며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이익을 가져가고, 이용자는 시간과 돈을 쓰는 소비자로 국한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용자가 활동할수록 보상을 주고, 그 커뮤니티가 흥할수록 이용자의 자산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개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퇴사할 때 이해진 창업자를 비롯해 사수들과 개별 미팅을 했는데 다들 '이직한다면 잡겠지만 창업한다니까 응원한다'고 하셨어요. 그때 내가 정말 좋은 회사에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CTO가 동기라고 하니까 (이해진 창업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라고요. 개발자는 안된다면서…(웃음). "
김정호 대표로부터 엔젤 투자


용기를 내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이 녹록지는 않았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등 이른바 신기술 3종 세트는 대중에게 녹아들지 않은 상태에서 가치만 급격히 부풀려지면서 투기/투자/위험자산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뒤따랐다. 여기에 벤처 투자시장의 냉각과 루나·테라, FTX 파산 등 업계의 악재도 이어졌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메타본은 최근 5억원 규모의 엔젤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의 공동 창업자이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돕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55)를 비롯해 3명이 개인 엔젤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향후 지갑서비스 연동 등을 통해 더 쉽고 일상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NFT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커뮤니티를 만들어 키울 수 있는 툴 중 하나"라며 "더욱 많은 사람에게 유용하다는걸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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