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국제 유가에도 번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48% 떨어지며 74.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한 WTI는 지난해 12월 23일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내년 2월물)는 전장보다 4.03% 급락하며 79.3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커진 경기침체 우려가 국제 유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원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며 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잇따라 탄탄한 고용 지표들을 발표한 것도 미 중앙은행(Fed) 긴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고용보고서 내용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임금도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 등이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를 대상으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원유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폴 호스넬 스탠다드차타드 원자재연구책임자는 “침체 우려가 커지자 유가가 상승과 하락 요인 모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리 타스파예 RJO퓨처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대로라면 WTI가 배럴당 60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도 있다”며 “지금 상황이면 배럴당 80달러가 최고가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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