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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감사 강제 교체…"회계 투명성 높였다" VS "부작용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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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제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회계 개혁 법안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발족해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으로 시행된 주기적 지정 감사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 회계 외부 감사 등 회계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온 지적으로 주목받는다.

한국감사인연합회는 지난 2일 한국공인회계사회관에서 '최근 외부감사제도 개혁의 성과와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포럼에서는 회계제도 개혁 성과와 개선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손혁 계명대 교수는 "2007년 회계 개혁안은 바닥권인 한국의 국제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며 "그로부터 5년 후인 지금 개혁의 후퇴를 우려할만한 행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상장사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면제 △중소 비상장사 연결범위 축소 △대형 비상장사 범위 축소 △소규모 기업 별도 감사기준 제정 움직임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지위를 누리고 국제적인 기준에 적응하기 위해선 기업 규모나 산업 형태와 상관없이 회계 책임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세계적 흐름이자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언용 안진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도 “최근 횡령사건 등이 대다수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 수준을 낮추는 것은 횡령 등 부정발생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내부 고발제도의 강화 등 다른 보완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는 “감사비용이 치솟고 자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불만은 감사가 궁극적으로 기업비용을 줄이고 보수에 상응하는 효익이 있다는 것을 기업이 인식할 때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 외부 감사인을 강제 교체하는 주기적 지정 감사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으며, 감사품질 제고 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이 큰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 순위가 잠시 올라갔으나 일련의 횡령 사건으로 2022년 평가 순위가 다시 떨어진 점은 지정 감사제의 효과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제 회계 투명성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순위는 2017년 63개국 중 63위, 2018년 62위, 2019년 61위 등 바닥을 면하지 못했다. 신외감법(개정 외부감사법) 시행 후 2020년 46위, 2021년 37위로 급등했지만 지난해 53위로 16계단 내려앉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회계 및 외부감사 관련 제도가 1.5%에 불과한 상장 대기업에 적합하게 설계돼 중소기업에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사보수 급증, 감사인의 고압적인 태도, 과도한 자료 요구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 TFT는 이런 의견들을 토대로 내년 초 회계 개혁 개선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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