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올 연말을 기한으로 일몰이 예정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존속시킬 것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추가연장근로제가 중단되면 적지 않은 3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이 작업 인력을 구하지 못해 납기를 지키지 못하고,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다. 중소기업인들은 “과도한 노동규제로 공장 문을 닫는 것이 시간문제가 됐다”며 정부에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6개 중소기업 관련 단체는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노동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를 열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200여 명의 중소기업인이 참석했다.
일몰이 예정된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존속 요구가 빗발쳤다. 현실적인 대안 없이 추가연장근로제를 폐지하는 것은 중소기업 경영자를 자칫 범법자로 전락시키고,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몬다는 성토가 많았다.
인천의 한 중소 철강제조업체 대표는 “월별로 수주량 변동이 매우 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활용할 수 없게 되면 대응이 쉽지 않다”며 “기존 인력이 근무 시간을 늘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잉여 인력을 떠안을 위험을 감수하고 추가로 채용하는 처지로 떠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경남 창원의 한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 대표는 “현행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적용하더라도 인력이 부족한 탓에 생산 주문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며 “추가연장근로제 없이는 생산량을 줄여야 하고, 이는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 김포의 한 1차금속 제조업체 대표는 “기업 사정상 신규 채용이 어려운 까닭에 현 근무 인원으로 최소한의 운영을 하고 있다”며 “고임금 탓에 추가 고용을 할 수 없는데 추가연장근로제마저 폐지되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생산량 축소는 매출과 임금 감소로 이어져 사실상 중소기업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포의 금속 열처리 업체 관계자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납품처에 납기 연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고, 이는 거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았다. 구경주 이플러스마트 대표는 “경직된 주 52시간제 탓에 잔업을 못 하게 되자 기존 직원은 떠나고 구직자는 발길을 끊어 1년 내내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며 “추가 근무를 못해 50대 직원들이 투잡을 뛰는 만큼 주 52시간제 폐지가 어렵다면 업종별로 탄력근무제를 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도 “노사가 합의하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연장근로 체계를 유연화해달라”고 거들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 목소리를 들으니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요구사항을 종합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등 산업계의 목소리가 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부처에 강하게 주문하겠다”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