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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통화 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2월부터는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다. 파월 의장의 연설 주제는 ‘경제 전망, 물가 상승률, 노동 시장’이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는 데 충분한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물가상승률이 한 번 둔화했다고 해서 영구적인 하락으로 보면 안 된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처음 인플레이션이 뛸 때만 해도 임금의 영향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대다수 근로자들 입장에서 임금 상승률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상쇄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고용 시장은 Fed 기대와 달리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여왔다. 10월 기준 비농업 일자리 수는 시장 전망(20만 개 증가)보다 많은 26만1000개 늘어났다. 실업률은 3.7%로, 전달(3.5%) 대비 0.2%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Fed는 그동안 “7%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고용 시장 둔화가 필요하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은 건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불과 2주일 앞두고 있어서다. 월가에선 오는 13~14일의 FOMC에서 현재 연 3.75~4.0%인 기준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예상했던 것보다 최종금리가 더 높아야 할 것”이라며 “총수요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제로 금리였던 미 기준금리는 줄곧 인상됐고, 최근엔 4차례 연속 75bp씩 뛰었다.
이날 오전 발표된 경기 지표는 엇갈렸다. ADP 민간고용 보고서를 보면, 11월 고용이 전달 대비 12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가의 예상치 평균(20만 명 증가)을 크게 밑돌면서 Fed의 긴축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반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2.9%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공개됐던 예비치(2.6%)를 웃돌았다. 수출과 소비에 힘입어 성장률이 제 궤도를 찾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28일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하락하면 2024년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지금의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5%로 올린 금리를 내년은 물론 2024년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