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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무역 흑자의 민낯…"한국이 얻는 실익은 반토막"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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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무역 흑자의 민낯…"한국이 얻는 실익은 반토막"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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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1의 수출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얻은 흑자를 부가가치나 소득 기준으로 따져보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 무역에서 얻는 이익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준으로 대미 무역수지를 집계했을 때는 무역수지 흑자 총액을 넘어섰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실익을 제대로 따져 무역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재 한국은행 과장과 이승학 조사역은 30일 조사통계월보 '무역수지의 귀착분석: 부가가치와 귀속 소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글로벌 생산망 고도화로 인해 전통적인 총액 기준 무역수지는 교역의 이득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현재 무역수지는 중간재 및 최종재를 포함 나라 간 국경을 넘나드는 모든 교역의 단순 규모를 계산하는 총액 기준으로 집계한다. 예컨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10달러에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차를 만든 뒤 미국에 25달러에 수출한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25달러 흑자, 중국의 대한국 무역수지는 10달러 흑자로 기록된다.

하지만 공급망이 다변화되고 다국적 기업이 세계무역의 80%를 차지하는 등 무역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이 같은 총액 기준 방식으로는 교역에 따른 실제 이익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학계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부가가치'와 '소득' 기준 무역수지 집계 방식이다.

부가가치 기준은 특정 국가가 수출하는 최종재 수출액에서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온 중간재 수입액을 뺀 부가가치를 그 나라의 수출로 보는 개념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부가가치 기준으로 무역수지를 계산해 보면, 한국이 중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한 것은 한국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총액에서 10달러는 제외돼야 한다. 이에 따라 대미 무역수지는 15달러 흑자가 된다. 중국은 중간재를 한국에 수출했지만, 미국의 최종재(완성차) 수요 때문에 부가가치가 10달러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대한국이 아닌 대미 무역수지에서 10달러 흑자로 계산된다.

소득 기준은 이보다 더 한 단계 나아가서 상품 생산에 다양한 국적의 생산요소가 활용됐을 때 소득을 국적별로 분해해 다시 국가별로 합산하는 방식이다. 위의 상황에서 한국은 25달러짜리 완성차를 만들 때 15달러어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하지만 부가가치 중에서 한국 자본이 5달러, 한국인 근로자이 5달러,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근로자가 5달러씩 얻었다면, 한국의 이익은 10달러가 된다. 이럴 경우 대미 무역수지는 10달러 흑자가 되고,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근로자가 얻은 소득을 포함해 15달러 흑자가 된다.


보고서는 이런 방식으로 2014년과 2020년 대중 및 대미 무역수지를 다시 따져봤다. 그 결과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실제 얻는 부가가치와 소득은 총액 대비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총액 기준 2014년 723억달러였지만, 부가가치 및 소득 기준으로는 355억달러(총액 대비 49.1%), 371억달러(51.3%)로 각각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2014년 대비 30.8% 줄어든 500억달러였는데 이 기간 부가가치(235억달러) 및 소득(266억달러) 기준의 흑자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전체 총액이 줄어들었는데도 실제 한국이 얻은 이익은 총액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과의 교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총액 대비 부가가치와 소득 기준으로 더 큰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4년 158억달러에서 2020년 92억달러로 41.8% 축소됐다. 하지만 부가가치 기준 흑자 규모는 같은 기간 145억달러에서 201억달러로 38.6% 확대됐다. 소득 기준 흑자 규모는 106억달러에서 219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수입 수요가 한국과의 직접 교역을 통해 해소되는 부분 외에도 베트남과 멕시코 등 제3국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부가가치 및 생산요소 소득에 기여하는 부분이 커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무역적자도 부가가치와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액 기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났다. 2020년 대일 무역적자는 220억달러였는데 부가가치 기준은 105억달러, 소득 기준은 132억달러로 각각 계산됐다. 한국인이 쓰는 일본산 수입품이 다른 국가의 생산 요소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변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교역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총액 기준으로만 교역의 실익을 판단하는 경우 실제 부가가치나 소득 측면에서의 실익과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하며 이를 무역정책 수립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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