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
김금희(사진)의 소설 ‘크리스마스에는’에서 ‘지민’은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설가가 독자의 행복을 빌며 내밀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크리스마스 선물은 신작일 것이다.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김금희가 크리스마스를 한 달여 앞두고 크리스마스 관련 소설 7편을 묶은 <크리스마스 타일>을 출간했다.
7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은 작품을 넘나들며 연결된다. 예컨대 첫 번째 수록작 ‘은하의 밤’에서 주인공 ‘은하’의 직장동료로 스쳐갔던 ‘지민’은 마지막 작품 ‘크리스마스에는’에선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등장한다. 7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각 인물이 크리스마스즈음의 겨울날을 어떻게 보내고 추억하는지 전체 풍경이 완성된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모은 영화 ‘러브 액추얼리’처럼. 타일 조각을 모아 완성한 모자이크 그림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냥 행복에 겨운 이야기는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이별의 상처를 안고 있거나 ‘찌질한’ 직장생활에 지쳐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속 ‘지민’은 방송국 PD인데, 크리스마스 즈음 전 남자친구를 인터뷰하러 서울에서 부산까지 쫓아간다. 속없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직장 동료를 보면서 “나는 그저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날이 돼 아주 건조하고 건조하게 본촬영에 참고할 내용만 ‘잘 뽑아서’ 여기를 뜨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등장인물들은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자신과 서로에게 조금씩 너그러워진다. 이런 작은 온기들 덕에 우리는 한겨울을 버틴다. ‘은하의 밤’에서 ‘은하’는 크리스마스날 조카 ‘겨레’의 연락을 무시하려다 “날이 지나면 더 이상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을 바꾼다. ‘월계동 옥주’에서는 소원해진 친구들이 크리스마스에 소소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평안을 빈다.
김금희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인물마다 각자의 어려움과 피로, 슬픔과 고독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며 “모두의 겨울에 평화가 있기를, 각자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풍경들이 그 각자의 이유로 가치 있게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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