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자신들의 수정안으로 단독 처리할 수 있음을 시사해 논란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의 태도는) 원안을 통과시키든, 부결해서 준예산을 만들든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안이나 준예산이 아니라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하는 우리 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했다. 여당과 예산안 합의가 안 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정부안을 부결시키고 민주당 수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압박용으로 보이지만, 정부 예산 편성권을 훼손하는 것으로 거야(巨野)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예산안 심사를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정당한 권리라고 하나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도가 지나치다. 예결위 소위 심사가 파행한 것도 민주당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재명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5조9409억원 증액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공공분양주택 사업은 1조1400억원 삭감하는 수정안을 일방 처리한 게 원인이다. 국민의힘이 국토위 재논의를 요구하자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부동산정책인 공공임대주택은 열악한 입지, 낮은 품질 때문에 수요자들이 외면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2년간 크게 늘린 관련 예산을 삭감해 지난 5년 평균 수준으로 맞췄는데도 민주당은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린다”며 대폭 증액에 나섰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과제 예산은 싹둑 자르고, 자기들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마음대로 늘리는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이미 용산공원 조성, 청와대 개방 등 ‘윤석열표’ 예산의 대거 감액에 나선 데 이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수출 지원 등 이 정부의 핵심 정책인 원전사업 예산도 칼질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크게 늘리고 있다. 헌법상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항목을 설치할 수 없는데도 밀어붙이고 있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무기로 나랏돈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여기면서 집권당이 어느 쪽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말까지 듣는 판에 예산안 단독 처리 압박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헌정사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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