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용 로봇을 깜짝 공개했다.
25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지난 23일 '전국 방역보건부문 과학기술발표회 및 전시회' 개최 소식을 보도하면서 '지능방역로보트'가 출품됐다고 소개했다.
소개된 로봇은 인간형을 본떠 만들었고, 둥근 머리에 빨간 눈이 특징이다. 2020~2021년 평양교원대학이 개발한 어린이 교육용 인공지능(AI) 로봇들처럼 전면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도 장착됐다.
중앙TV는 이 로봇이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지능방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코로나19 방역 과정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의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방역 관련 자료가 뜨는 형태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이 로봇이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작게 점쳤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승리를 안팎에 선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방역 부문 과학기술발표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데, 일종의 '성과 구색 갖추기' 용으로 로봇을 전시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회에 나온 로봇은 말이 로봇이지 가슴에 달린 디스플레이 콘텐츠가 중심"이라면서 "직접 센싱(감지)하는 기능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로봇이 자율주행, 이미지 촬영, 판독 등을 하려면 라이다(LiDar) 센서 등 다양한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이는 전략물자로 묶여 제재받는 북한에 반입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로는 북한 정보통신(IT)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컴퓨터 수치제어) 기계 개발을 독려하는 등 '새 세기 산업혁명'을 강조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미사일 개발 등 국방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로봇 등 IT 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북한은 2016년과 2019년 '전국 로보트 부문 과학기술성과전시회'를 연 이후 로봇 분야에 특화한 발표회는 따로 열지 못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