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상장사 이사회 구성원의 최소 40%를 이사회 구성에서 수가 적은 성별로 채우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했다. 직장 내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조치다.
22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 이사회의 성평등을 위한 법안을 이날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라 2026년 6월말까지 EU 회원국들은 상장사의 비상임 이사직의 최소 40%나 전체 이사직의 최소 3분의 1을 이사회 구성에서 수가 적은 성별로 채워야 한다. 직원수가 250명 미만인 기업은 이 규제에서 면제된다. 상장사는 매년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EU 의회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비중을 늘리기 위한 법안을 처음 논의했던 건 2012년이다. 그후 10년 가까이 EU 집행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 법안은 지난 3월 EU 회원국 내 노동·고용 분야 담당 장관들이 합의에 이르면서 빠르게 진전됐다. EU에 따르면 지난해 EU 내 상장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의 비율은 30.6%였다. 프랑스는 45.3%에 달했지만 키프로스는 8.5%에 불과하는 등 국가별 차이가 상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 왼쪽)은 이날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우리는 상장 기업 이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는 EU 법을 갖게 됐다”며 “새 법안은 최고의 일자리를 얻을 만한 자격을 갖춘 여성들에게 진정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 마련을 주도한 에블린 레그너 오스트리아 EU 의회 의원은 “(이번 일은) 여성들이 최고의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마주한 주요 장애물 중 하나였던 비공식적 남성 네트워크를 제거한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투명성과 마찬가지로 유능함이 그 어느 때보다 선별 절차에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