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기아 등 국내 60여 개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하는 조항이 청년의 구직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이달 초 기아 노사에 ‘단체협약 제26조(우선 및 특별채용) 1항이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시정명령 절차에 들어갔다. 기아 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의 조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이 조항이 헌법 11조 제1항(평등권),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안양지청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정식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기아 노동조합은 시정명령과 관련해 “노조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에 맞서 단체협약 사수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아 노사가 해당 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 사법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고용 세습 조항이 있는 기업은 63곳에 달한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현대제철(포항 1공장 및 당진공장), 효성(창원공장), STX엔진(1사업장), 현대위아 등이 우선·특별채용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김일규/곽용희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