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 앞을 지날 때마다 옛 생각에 잠긴다. 겨울철마다 이곳은 스케이트장 겸 썰매장으로 변신했다. 강가에 가마니를 대어 만든 것인데, 개구쟁이들의 멋진 썰매 경연장이 되고는 했다. 천변 작은 손수레에선 즉석 토스트를 팔았다. 신나게 놀아 허기진 탓이었을까. 투박하지만 푸짐했던 토스트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추억의 맛’이 됐다.
이제 토스트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더 푸짐하고, 위생적이며, 완성도 또한 높다. 기호에 따라 원하는 걸 첨가해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추억의 맛’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프라이스워터쿠퍼스)에 따르면 소비자의 73%는 소비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또한 좋은 경험을 제공받는다면 제품에 따라 최대 16%까지 추가 비용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필자로 따지자면 ‘즐거웠던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평범한 토스트가 특별한 추억의 맛이 된 것이다.
정부와 공단은 이런 추억의 맛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30년 이상 운영해온 업체 중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백년가게’를 선정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30년 이상 된 소상공인이 100년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사업이다.
백년가게에 선정되면 인증 현판이 주어진다.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매장 환경부터 작업환경 개선, 홍보까지 경영 환경 전반에 도움을 준다. 백년대계의 동력을 주는 것이다. 현재까지 1300여 개 점포가 백년가게로 등록돼 운영 중이다.
대개 업력이 긴 백년가게는 가업승계라는 특징이 있다.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오던 곳에 이제는 자녀와 함께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세대를 넘어 점포는 가업을 이어가고, 손님은 추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불황과 복고는 함께한다고 말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지나간 유행의 음악이나 패션이 돌아온다는 논리다. 최근 한 상점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최신 유행가에서 귀에 익은 멜로디를 들었다. 1970년대 음악을 샘플링한 노래라고 한다.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금 추억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일까. 위로가 필요한 시대, 모두에게 추억을 떠올릴 마음의 여유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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