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지도자는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협력하는 시늉(!)은 했다. 하지만 대만 문제에서만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통일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고, 인민해방군에 전쟁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W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M 길데이 해군참모총장 등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의 대만 통일에 대한 정치적 의지는 확고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력 침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100㎞가 넘는 대만해협을 건너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해야 한다. 상륙전에 ‘3배의 법칙’이 있다. 1944년 노르망디에서 5만 독일군의 3배가 넘는 16만 연합군이 상륙했다. 이렇게 보면 적어도 10만이 넘는 인민해방군이 일시에 대만해협을 건너야 하는데, 이때 성공의 필수 요소는 해안방어시스템 무력화 그리고 제공권과 제해권 장악이다. 그런데 대만은 지하 벙커, 벌집 터널로 요새화된 섬으로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미국 대통령이 대만 침공사태 시 미군 투입을 언급했는데 이는 지상군이 아니라 미 해군과 공군의 제해권과 제공권 지원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한 말을 정확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대만 통일을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쓸 것이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 무조건 무력 침공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는 ‘모든 필요한 수단’이 심리·사이버전과 선별적 봉쇄전략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대만 붕괴전략’일 것이라고 말한다. 각종 정치공작과 사이버전으로 대만에서 통일에 우호적인 정치세력을 지원하고 이 같은 교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만해협의 군사적·경제적 혼란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난 8월 대만 해역 다섯 곳을 군사훈련지역으로 정하고 항모 킬러로 알려진 둥펑미사일 11발을 대만 건너 태평양 연안에 쐈다. 이에 놀라 미 항모전단이 뒷걸음치고, 대만 7개 항구의 입항 선박이 항로를 바꾸고 외국 항공사의 타이베이 취항이 취소됐다. 아주 성공적(!)이었다.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에 의하면 여기에 고무돼 베이징은 ‘선별적 봉쇄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대만해협의 특정 지역 몇 군데를 일방적으로 ‘항해통제지역’으로 선언한 뒤 통과 선박에 임의로 정선명령을 내리고 화물을 검색하는 것이다.
대만해협을 영해로 보는 중국으로선 당연한 주권 행위지만, 공해라고 주장하는 미국 일본 등이 정선명령을 무시하면 소규모, 산발적 군사적 충돌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운(戰雲)이 대만해협을 뒤덮어 대만 국민들이 동요하고 경제가 휘청대면 2024년 대선에서 분리주의 정권의 붕괴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하이브리드 전략이 결코 양안 대결로 끝나지 않고 한·미·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8월에 쏜 둥펑미사일 몇 발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졌고, 수입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중국이 선별적 봉쇄전략을 미국과 한참 힘겨루기하는 남중국해까지 확대하면 우리로선 엄청난 물류비와 군사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우선 지난 프놈펜 3자 회담에서 합의한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제안보 범위에 대만해협 급변사태 시 3국이 공조해 호위함대를 운영하는 전략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지금 동아시아 바다에서는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해상 위력전(威力戰)을 펼치고 있다.
우리 해군도 ‘우리 바다 지키기’에서 적어도 남중국해까지 작전 반경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우리 해상무역로를 보호할 수 있는 경항공모함 전단(戰團) 보유를 서둘러야 한다. 중국은 물론 패전국으로 항모 보유가 금지됐던 일본도 수척의 이즈모급 경항모를 보유하고 있는데 8대 군사 대국 중에서 경항모조차 안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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