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ion: fact+fiction) 사극’ 가운데 꽤 괜찮은 작품이 스크린에 오른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 얘기다.
영화는 소현세자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끌려간 소현세자는 8년 만에 돌아오지만, 얼마 안 돼 죽음에 이른다. 사인은 학질. 인조실록에는 ‘소현세자가 죽을 때 눈, 코, 입 등 7개 구멍에서 선혈이 흘러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대표적인 학질 증세다. 하지만 그가 겪은 증상은 학질과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독살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소현세자의 죽음은 그동안 드라마 소재로 자주 쓰였다.
올빼미는 기존 작품과 다르게 이야기를 풀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맹인 침술사’(류준열 분)가 이런 그림을 그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경수는 빛이 있는 낮엔 잘 안 보이고, 빛이 사라진 밤에는 어렴풋이 보이는 ‘주맹증’을 앓는 인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낮이건, 밤이건 항상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경수는 뛰어난 침술로 어의 이형욱(최무성 분)에게 인정받아 왕실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경수가 궁궐에 들어온 다음부터는 인조(유해진 분)와 소현세자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인조는 친청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자를 경계한다. 그러면서 세자에 밀려 왕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게 된다. 영화는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침을 놓는 ‘관찰자’ 경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경수는 이들 사이에서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척하면서 지낸다.
하지만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작품은 스릴러로 급변한다. 소현세자를 죽인 자, 이를 지시한 자, 그들 사이에 얽힌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우연히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의 역할도 단순한 관찰자에서 해결자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끊임없이 ‘본다’는 것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묻는다.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본다는 것,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는 것, 진실을 알리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유해진과 류준열의 연기력, 처음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은 영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의 궁합은 일품이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경수가 갑자기 역사적인 사건의 해결사가 되는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간간이 보인다. 역사 왜곡 논란을 부를 만한 설정도 일부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