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7형)을 발사한 북한이 19일부터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선전전에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사실을 앞세우는 한편 “사거리 1만5000㎞인 화성-17형으로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가 ICBM 시험발사를 거쳐 7차 핵실험까지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北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실과 관련,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며 “‘미국이 전쟁연습에 집념하며 군사적 허세를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미국 등이 핵 타격수단을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는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북한은 화성-17형 영상을 공개하며 ‘발사 성공’을 강조했다. 통신은 “화성-17형이 최대 정점고도 6040.9㎞까지 상승했고, 999.2㎞ 거리를 4135초(69분)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수치는 발사 당시 한국 군당국이 탐지한 발사 관련 제원과 거의 일치한다.
또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해 ICBM을 담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가 여럿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ICBM 부대를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미국을 겨냥해 ICBM 역량과 실전 배치 준비가 상당한 수준이란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20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자국이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이라며 이번 성과를 자축했다. 신문은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란 것을, 우리 국가(북한)가 미국의 핵 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 힘을 가진 명실상부한 핵강국임을 세계 앞에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美 폭격기 서해 훈련으로 대응
한·미 군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북한 도발 하루 뒤인 19일 한·미는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와 함께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한국 공군의 F-35A와 미 공군의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하는 미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면서 연합 편대비행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B-1B 폭격기는 통상 훈련 지역인 동해를 벗어나 이례적으로 서해 깊숙이 들어와 훈련하며 북한 도발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압박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1일 북한의 IC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연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도 이해당사국으로서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형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발사만으로는 ICBM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추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1~12월 사이에 화성-17형을 최소 한두 번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핵무력 완성 5주년인 이달 29일이 좋은 시점”이라고 예측했다. 궁극적으로 7차 핵실험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북한은 ‘우리식 주체 전략무기 개발에 박차’ 등의 표현을 동원해 핵실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