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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대출 큰손'도 쓰러지나…"돈 없다, 출금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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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파장이 암호화폐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FTX에 암호화폐를 보관했다가 돌려받지 못하게 된 대출업체 제네시스캐피털이 자금 유출 사태에 직면하면서 ‘출금 중단’을 선언했다. 제네시스에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맡겨 운용 중이던 거래소 제미니도 ‘뱅크런’ 사태를 맞았다.

국내에선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가 제네시스를 통해 운용 중이던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 상품 출금이 지연되고 있다. FTX에 자금을 맡긴 업체들이 속속 파산을 준비하는 가운데 FTX에 지분 투자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까지 대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 붕괴 ‘뇌관’ 된 FTX

암호화폐 대출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제네시스는 투자금 상환과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17일 밝혔다. 제네시스는 투자자로부터 암호화폐를 받아 이를 담보로 대출해 수익을 내는 업체다. 지난 9월 말 기준 제네시스의 암호화폐 대출 잔액은 28억달러(약 3조7500억원)에 달한다. 데라 이슬림 최고경영자(CEO)는 “FTX 파산으로 유동성을 초과하는 출금 요청이 쇄도했다”며 “신규 유동성 조달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주 고객들에게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의 자금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의 출금 중단 선언은 이곳에 암호화폐를 맡겨 수익을 내던 거래소 제미니의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제미니는 이날 이자 지급 프로그램인 ‘제미니 언(Gemini Earn)’의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미니 언에서의 출금 중단이 발표되자 제미니에서 거래하던 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전 24시간 동안 8억5000만달러어치에 달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출금됐다. 자금 유출에 대비해 쌓아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은 1억500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고팍스가 제미니 언과 비슷한 형태로 고파이를 운영하고 있다. 고파이를 통해 받은 투자금을 제네시스에 맡겨 수익을 내는 구조다. 고팍스는 이날 “제네시스에 모든 자산에 대한 상환을 요청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출금 지연은 고파이 상품에만 한정되며 고파이에 예치된 자산과 고팍스 일반 고객 자산은 분리 보관돼 있어 일반 고객 자산엔 영향이 없다”고 했다.
아직도 진행 중인 FTX의 붕괴
FTX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FTX 변호사들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100만 명 이상의 채권자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발표한 채권자(10만 명 이상)에서 10배 늘어난 수다. FTX 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에 대출을 내준 블록파이도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마섹홀딩스는 FTX 투자금 2억7500만달러를 모두 손실처리했다. FTX와 제네시스에 지분 투자한 나스닥 상장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불안이 확산되며 암호화폐 시세는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1만6602달러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1.8% 내려앉았다. 이더리움(-3.6%)과 리플(-2.3%), 도지코인(-5.9%), 에이다(-3.9%) 등 알트코인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JP모간은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 8000억달러가 5000억달러로 축소될 수 있고, 비트코인도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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