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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兆 넘보던 파두, 프리IPO 난항…내년 상장 암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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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1월 17일 15: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가치 1조원 대로 상장을 추진하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두가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적정 기업가치를 놓고 회사와 투자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업계는 과거 저금리와 유동성 기조 속에 몸값을 부풀린 유니콘 기업들의 투자 여건이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두, 앵커PE와 협상 결렬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상장 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최근 협상이 결렬됐다. 막판에 앵커PE가 가격 측면 측면을 포함한 조건 변경을 제시했고 파두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정하면서 이 협상은 결국 무산됐다.

IB 관계자는 “파두가 현금이 없는 상황은 아니기에 앵커PE가 제시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며 “다른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파두는 연내 클로징을 목표로 다른 복수의 투자자와 다시 프리IPO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금액과 구조 등은 유동적으로 열어놓은 채 큰 틀에서 협상이 이뤄진 상황이다.

파두는 올해 상반기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300억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투자를 유치할 때 4500억원이었던 몸값이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이번 프리IPO를 통해 기업가치 1조원을 넘겨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앵커PE는 신선식품 배송업체 컬리에 투자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커PE는 지난해 말 컬리에 2500억원 투자하면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유동성이 눈에 띄게 급감하면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1조~2조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컬리가 시장 눈높이에 맞춰 상장하면 당분간 앵커PE의 투자금 회수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파두는 다른 투자자를 유치해 프리IPO를 마치고 예정대로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심을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진행해 지난 9월 AA 등급과 A등급을 받아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

파두는 2015년에 설립된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이다. 데이터 저장장치(SSD)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컨트롤러를 주력으로 만든다. 지난해 매출 52억원, 영업손실 337억원을 올렸다. 올해 SK하이닉스와 맺은 컨트롤러 공급 계약 등을 발판 삼아 올해 흑자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

◆ 프리IPO 시장도 꽁꽁
투자금 회수 창구인 IPO 시장이 급랭하면서 프리IPO 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파두뿐 아니라 SK온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메쉬코리아 등이 계획했던 프리IPO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SK온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4조원대 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결국 1조~2조원으로 규모를 줄여 진행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도 1조원 규모의 시리즈G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결국 투자금액을 5300억원으로 줄여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10조원을 넘길 것이란 회사의 기대와 달리 기업가치는 9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유니콘 기업의 상장이 장담키 어려워진 만큼 투자자의 태도도 한층 신중해진 결과다. 올해만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골프존커머스, 밀리의서재 등 11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다. 쏘카와 더블유씨피 등은 몸값을 크게 낮춰 증시에 입성했다.

컬리와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은 악화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올해에서 내년으로 상장 일정을 미뤘다. 토스와 무신사, 야놀자, SSG닷컴 등도 IPO 일정을 내년 이후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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