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이 국내 업계 최초로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의 실시간 내역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글로벌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으로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한때 거래량이 세계 3위에 달했던 FTX는 보유 자산을 부풀리고 이용자 예치금을 무단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16일 코빗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코빗에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에 대해 매일 코빗이 보유한 수량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코인의 실시간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 목록도 모두 공개한다. 국내 거래소가 실시간 보유 자산과 지갑 주소를 공개하는 것은 코빗이 처음이다.
코빗 관계자는 "암호화폐 보유 수량뿐 아니라 지갑 주소도 공개함으로써 고객이 거래소의 거래 내역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며 "투명성 제고를 통해 투자자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FTX 사태 이후 바이낸스 OKX 쿠코인 등 해외 대형 거래소들은 앞다퉈 준비금 증명에 나섰다. 이용자가 거래소에 예치한 자산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때도 거래소에 들고나는 암호화폐 거래 세부 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까지는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크립토닷컴 게이트아이오 후오비 등 일부 거래소는 준비금 증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부족한 코인을 서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았다.
국내 5개 원화마켓 거래소는 이용자가 맡긴 원화 예치금을 은행 등 외부 기관에 분리 보관하고, 암호화폐는 분기 또는 반기별로 회계법인 실사를 받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받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 지갑 주소나 암호화폐 실시간 보유량을 공개하진 않았기 때문에 '회계감사 기간에만 자산을 채워놓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코빗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코빗이 보유한 암호화폐 수량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그간 항상 법규를 준수하며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원칙을 지켜왔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코빗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