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차임감액청구권’ 분쟁이 늘고 있는 가운데 들쭉날쭉한 판결에 따른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차임감액청구권이란 예상치 못한 일로 계약한 당시와 경제적 상황이 바뀌었을 때 임대료를 일정 수준 줄여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다.
15일 기준 코로나19로 차임감액청구권을 요청한 8건의 확정판결 사례 가운데 청구권이 인용된 사건은 키즈카페, PC방 등 2건이다. 소송이 진행 중인 CGV와 롯데호텔의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은 임차인 손을 들어줬다. 이들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대체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 추이가 뚜렷한 점 △국가가 내린 집합금지 조치에 큰 영향을 받은 점 등을 법원이 인정한 경우다. 반면 법원은 학원, 상가 등의 차임감액청구권 신청은 인정하지 않았다. 매출 하락이 오로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같은 산업에서도 다른 판결이 나자 “대체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호텔의 차임감액청구권 소송이다. 지난 9월 롯데호텔은 “코로나19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호텔의 평균 객실 가동률이 85%에서 56%로 감소했다”며 건물주를 상대로 낸 차임감액청구권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는코로나19로 인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합 금지 등의 조치를 내렸는데, 이로 인한 호텔 객실 매출 감소는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가 모두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주식회사 대림(DL 주식회사)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호텔과 관련해 차임감액청구권을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장기간 호텔 영업에 있어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관광 수요 급감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신라호텔도 신라스테이 광화문의 임대료를 깎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 모두 같은 이유로 패소했다. 특히 대법원 판례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급심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판사는 “비슷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각자 제출하는 증거 등이 달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차임감액청구권 소송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나면 대법원에서 일정 기준 등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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