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얀 스테인(1626~1679)을 두고 국내 미술계 사람들은 ‘네덜란드의 김홍도’로 부른다. 당시 농민들과 중산층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를 많이 남겨서다. 서민들의 삶을 꾸밈없이 그려낸 그의 작품에는 도덕적 교훈도 담겨 있다.
1670년께 그린 ‘바람난 신부를 둔 신랑’도 그렇다. 한 여관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 모습을 담은 이 그림에서 신랑과 신부는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 앞에 서 있다. 신부의 배를 자세히 보면 약간 불룩한 것을 알 수 있다. 신랑은 결혼식용 화관 대신 지푸라기가 꽂힌 초라한 모자를 쓰고 있다. 이들 뒤에 있는 한 남자는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에 손을 대고 있다. 신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들이다. 주변 사람들은 둘을 바라보며 조롱 섞인 웃음을 띠고 있다.
스테인은 ‘부부 사이에 간통을 삼가라’는 교훈을 퍼뜨리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종종 작품 속에 자기 자신을 그려넣었다. 신부 왼쪽에서 북 모양의 네덜란드 전통 악기 ‘롬멜폿’을 연주하고 있는 남자가 바로 스테인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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