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리튬업체와 처음으로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북미 생산을 사실상 강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들어 호주, 독일, 캐나다 등 6개 업체와 리튬 등의 공급 계약을 맺으며 IRA가 요구하는 배터리 원자재 비중을 가장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컴퍼스미네랄과 2025년부터 6년간 이 회사가 생산하는 탄산리튬의 40%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11일 발표했다. 예상 생산량은 연 1만1000t이며,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받는 양은 연 4400t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미국 업체와 처음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열린 체결식엔 김동수 LG에너지솔루션 구매센터장(전무), 크리스 얀델 컴퍼스미네랄 리튬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두 회사는 이후 ‘하이니켈’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도 추진하기로 했다.
IRA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 비중을 2023년엔 40%까지, 2027년엔 80%까지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맞추지 못하는 배터리를 장착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까지 핵심 광물의 현지화율을 이에 육박하는 72%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 들어 독일 벌칸에너지, 캐나다 아발론, 캐나다 스노레이크 등 6개 기업과 탄산 및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이 회사는 IRA가 강제한 조달 비중을 가장 빨리 맞출 수 있는 배터리 기업으로 꼽힌다.
탄산리튬은 니켈 비중이 50~60%에 달하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동공구용 원통형 배터리 제조에 쓰인다. 니켈 비중이 90% 안팎인 하이니켈 배터리엔 순도가 높은 수산화리튬이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 사업에도 이 탄산리튬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아지며 ESS 수요가 덩달아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중국 난징공장의 생산라인을 LFP로 전환하고, 미국에선 2024년에 미시간 공장에 LFP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컴퍼스미네랄은 염호(리튬을 포함한 호숫물)에서 직접 리튬을 추출하는 친환경 방식인 DLE 공법으로 리튬을 생산한다. 원자재 공급망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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