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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당할 것 같아요"…아내 몰래 테슬라 산 남편 '비명'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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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 300달러입니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 다 판 거 맞나요? 아내 몰래 1억원어치 샀는데 너무 괴롭네요”

테슬라 주주들에게 잠 못 드는 한 주였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15% 넘게 급락했습니다. 연초 대비 반토막입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00달러선마저 깨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9일 종가 177.59달러는 2년 전 11월 주가 수준입니다. 국내 테슬라 주주들의 상당수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락의 주범은 테슬라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테슬라 주식 1950만주(39억5000만달러?약 5조3800억원)를 매각했습니다. 그는 지난 4월 84억달러, 8월에도 68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팔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총 26조원 규모입니다. 대주주가 대량으로 지분을 내다 파는데 주가가 힘을 받을 리 없습니다.


“매도 예상은 했지만, 타이밍 안 좋다”
시장에선 44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매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직원들에게 트위터를 살리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팔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 투자자들 역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인 지난달 개리 블랙 퓨처펀드 대표는 “머스크가 20억~50억달러(약 2조7600억~6조9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인수가 완료된 지난달 28일까지 머스크의 매도 공시는 뜨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트위터발(發) 오버행(잠재적 대기 매도물량) 이슈가 일단락된 것으로 봤습니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테슬라 투자자들이 트위터 인수 전 머스크의 주식 매각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거래 종료 이후 매각한 것은 타이밍상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가 130억달러(약 17조9000억원)를 대출받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일부 조달했습니다. 대출을 떠안은 트위터가 연간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에 달합니다. 머스크는 이래저래 현금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 부담을 테슬라 주주들이 지게 된 셈입니다.


“이 와중에 정치적 트윗은 왜 했나”
머스크의 지분 매도 공시와 함께 주가가 급락하자 테슬라 투자자 커뮤니티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주주들은 “개인 투자자들을 ATM기 취급한다” “테슬라는 안중에도 없고 트위터만 챙긴다” “머스크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CEO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한결같이 테슬라 강세를 주장하던 일부 투자자들도 “단기 주가 흐름은 어려워 보인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월가의 ‘테슬라 강세론자’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공매도 세력도 못한 일을 머스크가 해냈다”며 “트위터 광기(Twitter Madness)를 멈추고 테슬라에 집중할 때”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종전 300달러에서 250달러로 낮췄습니다. 블랙은 “머스크가 이젠 자사주를 매입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를 대놓고 공개한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치적 리스크를 자초했다는 평입니다. 한 주주는 “머스크의 혁신을 지지하지만 정치 개입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왜 굳이 적을 만들려고 하는가”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개표 후 머스크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에 “그의 사업과 기술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른 나라’가 중국을 암시하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뼈가 있는 말입니다.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선전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향후 주가 전망은
머스크가 추가로 주식을 더 팔지 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관련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급반등한 지난 10일에도 매도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말을 바꾸고 팔았다는 비판을 들은 만큼 쉽사리 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트위터발 오버행 이슈는 한동안 이어질 듯합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머스크의 매도가) 깊은 한숨이 나오는 이벤트”라며 “중국에서 지난달 모델3와 모델Y의 가격 인하가 있었던 만큼 11월 판매실적이 향후 주가 반등의 변수”라고 전했습니다. 이달 중국 판매량이 직전 최대치인 9월의 7만7413대를 뛰어넘는다면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임 연구원은 지난 7일 리포트에서 “내년 중국 시장 보조금 폐지와 영국?독일의 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수요의 둔화가 예상된다”며 “내년 1분기까지 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투자 비중을 확대해도 늦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테슬라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수급 문제인 ‘트위터 리스크’를 걷어내면 테슬라는 여전히 건실한 기업입니다. 월가의 올해 EPS(주당순이익) 평균 추정치는 4.1달러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47배 수준(지난 10일 종가 기준)입니다. 내년을 놓고 보면 34배까지 떨어집니다. 테슬라 사상 최저 멀티플입니다.

굵직한 호재도 많습니다. 우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Driving) 베타 버전이 연말 북미 모든 테슬라 소비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16만명이 사용 중입니다. 기술적으로 내년 1분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머스크도 밝혔듯이 현지 정책당국과 협의가 관건입니다.

연내 예상됐던 4680 배터리 양산은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생산 물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원가 절감과 생산 속도가 아직 목표치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여러 차례 지연되고 있습니다. 사이버트럭은 내년 8월 양산될 계획입니다. 사전 예약 대수가 120만대가 넘습니다. 성장 둔화 우려를 받는 테슬라에 단비가 되어 줄 모델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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