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구 유통회사 스튜디오삼익이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IBKS제13호스팩의 주주들이 합병안에 반대하면서다. 주주들은 스튜디오삼익의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 들어 11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한 가운데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통로도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팩 합병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것은 스팩 제도 도입 초창기인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IBKS제13호스팩 임시 주주총회에서 스튜디오삼익과의 합병 안건이 부결됐다. 스팩 합병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어야 한다.
스팩 합병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스팩 제도를 2009년 도입한 2년 후였다. 대신증권그로쓰스팩과 썬텔, 하나그린스팩과 피엔티의 합병안이 각각 주총에서 무산됐다. 하지만 당시는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경험이 없는 시기였던 만큼 이번 스튜디오삼익의 스팩 합병 무산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스튜디오삼익과 IBKS제13호스팩의 합병안이 발표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당시부터 스팩 주주들 사이에 합병 반대 목소리가 컸다. 스튜디오삼익의 기업가치가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투자 유치 땐 약 4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합병 발표 당시에는 1120억원으로 책정됐다. 논란이 커지자 스튜디오삼익과 IBKS제13호스팩은 주총을 두 번 미루며 합병비율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900억원, 780억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증시 입성을 노리는 회사들의 기업가치 고평가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스팩 합병으로도 번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별도의 공모 절차가 없어 일반 상장에 비해 안정적인 증시 입성 통로로 여겨졌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자 스팩 시장이 호황을 맞은 배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37개다. 연내 상장하는 스팩 8개를 포함하면 종전 최고치(45개)와 같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스팩 투자자들의 눈높이 역시 까다로워졌다.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는 11개 기업이 고평가 논란 속에 상장을 철회했다. 이달 들어서도 밀리의서재와 제이오 등 대어급 IPO 기업이 증시 입성을 포기했다. 10일에는 미래에셋드림스팩1호(공모금액 850억원)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연내 예정된 3건의 스팩 합병 주주총회에 쏠린다. 오는 17일 KB제20호스팩(옵티코어)에 이어 12월 IBKS제16호스팩(라이콤)과 대신밸런스제11호스팩(라온텍)이 주주총회를 연다. 이 가운데 KB제20호스팩의 주가는 공모가인 2000원을 밑돌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업체 옵티코어와의 합병비율에 주주들의 불만이 많다는 뜻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