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장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2금융권을 위해 크레디트라인을 유지하고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단기자금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9일 밝혔다. 5대 은행이 최근 한 달여 동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사들인 환매조건부채권(RP)은 250조원에 달한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은행장들은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해 “은행이 경제의 방파제이자 금융권의 맏형으로서 중책을 담당할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 한 달간 CP, ABCP, 전단채 4조3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5조9000억원, 특수은행채와 여신전문금융사채 6조5000억원어치를 매입해 경색된 자금시장에 물꼬를 텄다.
은행별로 3조~8조원의 RP 평균잔액을 유지하기 위해 5대 은행이 지난 10월 이후 사들인 익일물·기일물은 250조원에 달한다. 5대 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우량채권인 은행채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또 은행장들은 이날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이 이용하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개념인 크레디트라인을 끊지 않고 유지하는 데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자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현재 250%에서 100%로 낮추겠다고 했다. 금융회사가 펀드 출자를 할 때 ‘출자금액×위험가중치’에 비례하는 수준의 추가 자본 적립 의무가 발생하는데, 위험가중치를 낮추면 은행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지난달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를 유예하고 예대율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은행들의 자금 공급 여력을 높이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와 같이 금리 인하 또는 재정지출 확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권이 은행산업을 넘어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을 보면서 시장 안정에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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