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본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한다. 저출산·고령화의 원조국가인 일본이 한국을 걱정하는 어색한 상황. 현실은 일본이 한국을 걱정할 만하다는 평가다. 한국은 아직 어디가 끝인지 가늠조차 못하지만 일본은 최악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월31일 '박스 줍는 고령자, 한국의 현실 段ボ?ル拾う高?者 韓?の現?'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만명(한국 정부 추산)에 달하는 한국의 박스 줍는 노인을 "고령자 빈곤 문제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지만 연금 등 노후의 기반이 되는 사회보장을 충실히 하는데는 늦었다.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생활 안전망'의 정비는 뒤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 연금제도가 1999년에야 실시됐고,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는 비율은 47%, 연간 수령액은 평균 71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도 내놨다.
2020년 고령자 빈곤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통계도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의 고령자 빈곤율은 23%와 20%였다. 고령자 빈곤율이 가장 낮은 독일은 9.1%였다. 고도성장의 주역인 고령자들이 은퇴 후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상황을 아사히신문은 "성장의 시대를 지탱한 고령자에게 외상값까지 부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7월27일 "한국 출산율 0.81의 막다른 골목, 젊은세대 옭아매는 '육아는 여성몫' 韓?、出生率0.81の袋小路若者縛る「育?は女性」"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2020년까지 15년간 225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전국 시군도의 절반인 108곳이 소멸위기지역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0.63명인 서울의 출산율을 소개하며 인구 절반이 모여있는 수도권의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취직난과 무거운 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노동패널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고교생 자녀가 있는 세대의 사교육비는 월 평균 63만원이었다. 소득 상위 20% 세대의 사교육비는 136만원으로 하위 20% 세대의 10배를 넘었다.
급기야 극우성향 일간지인 산케이신문은 한국에서 군대 갈 남자가 없어질 판이라는 걱정도 해줬다. 산케이신문은 4월5일 "한국의 저출산화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40년 빨리 진행되면서 병역의무를 담당할 20세 남성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역의무를 담당하는 20세 남성의 숫자는 2020년 33만4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5년새 30% 줄어든다. 2040년에는 15만5000명으로 2020년의 절반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국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산케이신문은 지적했다. 2020년 3738만명이었던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2030년 3381만명, 2040년 2852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연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2030년 0%대로 떨어질 전망이라고도 소개했다.
한국을 걱정하는 일본은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1%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1995년과 2010년 세계 최초로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와 씨름한지 올해로 27년째다. 저출산·고령화라면 일본을 떠올리는 이유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매년 65세 이상과 75세 이상 인구를 집계한다. 2022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3%, 75세 이상은 15.7%이었다. 노인 인구는 계속 늘다가 2040년 즈음 65세 이상은 35.3%, 75세 이상 20.2% 수준에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정교하게는 65세 이상 인구는 2042년, 75세 이상은 2054년을 경계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대명사 일본이 2040년 이후부터 저출산 국가지만 더 이상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는 아니게 되는 것이다.
1995년 고령사회 진입 이후 끝이 보이지 않던 터널이 45년 만에 드디어 출구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가장 힘든 시간은 지났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2025년부터 고령자의 증가속도가 둔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령화 상황은 어떨까. 202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7%로 28.9%의 일본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2035년 30.1%로 일본(32.8%)을 바짝 쫓고, 2050년 40.1%로 처음 일본을 역전한다.
2040년 무렵부터 고령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2065년까지 계속 고령화가 진행된다. 2065년 한국의 고령화율은 45.9%까지 치솟는다. '일본인 3명 중 1명이 노인'이라며 일본을 노인국가 취급 하지만 2065년 한국은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나라가 된다. 그나마 아직 43년을 더 견뎌야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