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철금속 기업 ㈜영풍이 세계 최초로 건식용융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Pilot) 공장 가동 착수했다. 영풍은 파일럿 공장가동을 시작으로 향후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한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 3공장에 건식용융 2차 전지 리사이클링 파일럿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8일 발표했다. 파일럿 공장은 연간 2000t(전기차 8000대 분량)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 공정으로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같은 단계까지 실현한 것으로 영풍이 세계 최초다.
영풍은 최근 경북 김천에 영풍의 건식용융 방식에 최적화 된 리사이클링 원료인 ‘LiB(리튬 배터리) 플레이크)’의 생산 거점을 확보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갖췄다. 파일럿 공장에서는 ‘LiB(리튬 배터리) 플레이크’를 투입해 리튬과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의 주요 유가금속을 회수한다. 영풍 관계자에 따르면 첫 원료 투입 후 성공적으로 출탕을 완료했다.
영풍은 내년 상반기 중 제련소 내에 습식공정 설비를 추가해 건식용융 공정에서 회수한 유가금속 중간 생산물을 탄산리튬,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구리 등의 제품으로 생산하여 국내외에 양·음극재 배터리 원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영풍의 건식용융 리사이클링 기술(LiB FE&R)은 2차 전지의 재활용에 필요한 전처리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공정처리 시간을 대폭 줄이고 경쟁력 있는 제조원가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대다수 리사이클링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습식 방식의 경우, 전처리 공정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셀 단위까지 분리한 다음 잘게 분쇄해 리사이클링의 원료인 블랙파우더 또는 블랙매스를 제조한다. 이 때 불순물로 간주되는 배터리 케이스와 양·음극재의 집전체(Foil)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전처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유가금속이 손실된다.
하지만 영풍의 건식용융 방식은 배터리를 팩 또는 모듈 단위에서 그대로 파쇄해 리사이클링 원료인 LiB 플레이크를 만들기 때문에 전처리 공정이 단순하다. 또한 배터리 케이스와 집전체 등도 원·부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요 금속의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영풍의 건식용융 방식은 다른 건식 방식이나 습식 기술에서는 회수가 어려웠던 리튬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같은 리튬 회수 기술을 공정에 적용한 것은 영풍이 세계 최초다.
영풍의 건식용융 기술은 LiB 플레이크를 고온의 용융로에 넣어 녹인 다음 비중이 가벼운 리튬은 공정의 첫 단에서 집진 설비를 이용해 먼지(Dust) 형태로 포집하고, 그 외 니켈과 코발트, 구리 등의 유가금속은 용탕 형태로 뽑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리튬은 90% 이상, 니켈과 코발트, 구리 등은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기술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에서 장착 비율이 늘고 있는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재활용에도 매우 유용하다. 기존 습식 방식에서는 LFP 배터리에서 철 등 불순물 비중이 많아 매립 잔사가 많이 발생하는 등 기술적 한계로 인해 리튬만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영풍의 기술은 LFP 배터리에서 리튬 뿐 만 아니라 구리도 함께 회수할 수 있으며 철 등 불순물을 슬래그 형태의 친환경원료로 만들어 시멘트회사에 판매하기 때문에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영풍은 이번 파일럿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연간 2만 톤(전기차 8만대분)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1차 상용화공장을 완공하고, 지속 확장해 2030년 이후 리튬 및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소재 원료를 연간 70만 톤 생산해 약 5조 원 규모의 매출을 실현할 계획이다.
영풍 이강인 사장은 “이번 석포 파일럿 공장 가동으로 전통 제조업인 제련업을 넘어 친환경 미래 산업인 2차 전지 리사이클링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전통 산업과 신기술의 조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순환경제 구축 및 발전에 기여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는 1970년 경북 봉화군에 문을 연 종합 비철금속 제련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아연 생산량을 기준으로 단일 사업장 기준 세계 4위 규모다.
2021년 기준 매출액은 1조 3천억 원, 상시 고용인원은 1,300명(협력업체 포함)으로 경북 북부권의 유일한 대규모 고용기업이다.
지난해 세계 제련소 최초로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고, 올해 지하수 차집시설을 완비하는 등 약 7천억 원의 대규모 환경투자를 통해 “오염배출 제로화”를 모토로 완벽한 환경 관리 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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