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사고로 응급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환자 이송도 상당히 지체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낙 사상자가 많았던 데다, 사람이 몰린 장소이고 불법주차도 많았던 탓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에서 출동한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용산구 이태원에 도착하기까지 20분 걸렸습니다. 그나마도 가장 빠른 경우이고 서울이지만 현장과 거리가 멀거나 경기도에 위치한 병원이면 도착까지 한 시간가량 걸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의 신분 확인 과정도 지체 요소로 작용했겠지만, 기본적으로 교통량이 많고 인파가 붐비는 지역에서는 빠른 환자 이송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평소에도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최대한 차량을 좌우로 벌려 길을 터주려고 많은 시민이 노력하지만, 터널 등 일부 구간에서는 아예 꼼짝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구조용 헬기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는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빌딩이나 헬리포트가 많지 않고 운용비용이 워낙 비싼 탓에 '닥터헬기' 논쟁도 끊이질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 드론택시로도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입니다. 지난 6일 폐막한 'SSG데이 스타필드 하남 모빌리티쇼'에는 중국 이항사의 UAM이 전시됐습니다. 자율주행 2인승으로, 1회 충전하면 35km를 130km/h로 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프로펠러가 16개나 되어 안전하기에 중국에서는 소방용이나 의료용으로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네요.
이항사도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외각 지역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는 사진과 소방용 기능을 강조한 사진을 노출하고 홍보할 정도입니다.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세계엑스포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한화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SK텔레콤, KT, LG 유플러스, 카카오 등에서 UAM 동체를 직접 또는 합작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 여의도, 잠실에 시범운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2025년에 관광용으로 이미 개발된 UAM을 투입, 한라산 정상까지 15분 만에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만 현재 기술로도 응급 재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UAM은 개발되어 있으니, 내년부터라도 일부 구간에 투입해 상용화를 앞당기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형 UAM은 폴더형으로 날개를 접으면 1t 소형트럭 적재함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시내에서 일정 구간까지 트럭에 UAM을 실어 이동하고, 환자를 태워 이륙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안전성 우려도 줄이면서 큰 문제 없이 빠른 정착이 가능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우선 도입해 활용해보고 문제점이 나오면 그때부터 계속 고쳐나가도 됩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에 안전 점검이나 관련 법규를 잘 정비해야겠지만, 당장 눈앞에 응급환자가 있는데 엠블런스가 교통체증에 막혀 꼼짝 못 하는 것보다 나쁜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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